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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드로잉- 강릉 경포호

by 최민진

'우리 집은 강릉땅 갯가에 있어

문 앞 흐르는 물에 비단옷 빨았지요'*

열린 듯 닫힌 안채 마당

문틈으로 빛이 새어든다.


연꽃 피어날 그늘 깊은 못에서

경포천으로 걷는다.

파란 하늘이 어린다. 마른풀 흩어지며

난설헌의 날들이 비추인다.

꽃그늘 속 사립문 닫히고

시냇가에 종일토록 비 내려

땅 가득 구름 젖어 날지 못한다고.*

다리에서 그림에 머문다.

고개 젖히고 손 높이

소녀가 하늘 나는 새들을 바라본다.


경포호 이르러

찬 바람에 봄볕이 스민다.

저미는 생의 울타리에서

안으로 시의 세계를 날고

허난설헌이 오늘 여기에 닿는다.


*난설헌(蘭雪軒) 허초희(1563- 1589)




(강릉 경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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