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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수 Jul 10. 2022

실수해도 괜찮아.

우리는 실수하면서 자란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여자 주인공 헤르미온느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거의 늘 손을 번쩍 고 발표를 하고 싶어 한다. 사전에 예습을 해서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헤르미온느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초등학교 시절의 내 모습이 오른다. 열심히 준비해 온 숙제를 발표하고 싶어 하는 꼬마의 다부지게 쭉 뻗어 올린 팔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순수하고 귀엽다.


이런 모습을 보면 뭐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임했을 것 같지만 무언가를 할 때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서는 먼 나서서 해보는 편은 아니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본 다음에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시도해보는 편이었다. 잘 기억나지 않는 시기에도 엄마의 말을 들어보면 비슷했다.


유전자의 신비는 외형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만, 딸이 이런 나의 성향을 꼭 빼닮았다. 어린이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감 있게 손을 들고 앞으로 나가서 해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잘 해내면 매우 뿌듯해한다는 야기, 새로운 놀이를 할 때는 선생님이 시범 보이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고 먼저 해보는 친구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스스로 결심이 섰을 때 행동으로 옮긴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나는 왜 자꾸 실수하지?"

"나는 왜 잘하질 못하지?"


최근 아이가 잘 놀다가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 번은 별다른 실수를 한 일도 없는데 마음에 담아둔 일이 있었는지 내가 세수하러 간 사이에 남편에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고, 두 번은 놀다가 살짝 넘어졌을 때와  콩 부딪혔을 때 나에게 속상하다면서 이야기했었다.


아이의 말에 남편은 실수는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실수하는 건 잘못하는 게 아니라며 점차 배워나가면 된다고 얘기해줬다. 엄마, 아빠도 어른인데도 실수하면서 배우기도 한다 말이다.


어린이집에서는 매 학기마다 두 번씩 정기상담을 진행하는데 아이가 워낙 원 생활을 잘하고 있다며 따로 말씀드릴 일이 없을 정도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기특하고 고마웠다. 런데 아이가 누가 나무라지 않아도 실수하는 것을 싫어하고 다시 스스로 잘 마무리하고 나서야 속상한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이야기는 엄마로서 아이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여나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게 될까 봐 미리부터 걱정을 하는 일이 잦았다. 실수해서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일을 그르쳐서 그로 인해 상사나 동료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될까 너무 많이 걱정하곤 했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아서 속이 탈 나는 일이 잦았고 입 안이 허느 건 다반사였다.


지금은 사회생활 초반보다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에 많이 둔해지고 스스로도 많이 내려놓는 연습을 한 덕분에 좀 더 마음 근육이 단단해졌다. 계속해서 자기 암시도 하고 책도 읽고 글을 쓰면서 내적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가 나의 이런 성향을 닮은 건 아닐까 걱정되는 맘까지 떨쳐버리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아이의 실수와 시행착오에 보다 더 허용적이고 아이가 처음 마주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품어주려고 한다. 물론 위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예외이다.


동그라미 안에 색칠을 하다가 삐져나가서

"나 잘 못 하겠어. 엄마가 칠해줘." 할 때면,

"꼭 이 안에만 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알록달록 잘 칠하고 있는 걸? 같이 해볼까?"


종이를 오리거나 뜯다가 그림 부분이 찢어져서 나도 모르게 앗! 아이코! 하는 반응을 보이면,

"아, 미안해. 어떡하지?"

"희망아, 미안할 일 아니야~ 엄마가 좀 크게 소리 내서 놀랐구나. 풀이나 테이프로 붙이면 돼. 같이 붙여볼까?"


집에서 처음 소변 실수를 했을 때는 혹여나 아이가 의기소침해할까 봐,

"엄마, 너무 급해서 실수했어.."

"괜찮아~ 처음에는 다 실수하는 거야. 엄마 아빠도 이렇게 실수하고 연습하면서 기저귀 뗀 거야. 이렇게 연습하고 노력하는 게 멋진 거야."

"실수해도 멋진 거야?"

"응, 그럼! 지금 너무 멋져 우리 딸"

몇 번이나 멋지다고 얘기해주었다.




놀다가 넘어진 날, 나에게 자꾸 실수해서 속상하다고 말하는 딸을 안아주며,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실수도 자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수하면서 배우고 다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해보면서 한 뼘씩 더 커지는 거라고 얘기해주었다.


아이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일들과 조금 더 즐겁게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 한마디,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 한 번씩 더 돌아보게 된다. 아이에게 해주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나 스스로 되뇌는 말이기도 하다. 어른이지만 한 아이의 엄마이고 한 사람의 아내이지만 나도 엄마는 처음이고 지금 내 나이의 나는 또 처음이니 괜찮다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나를 토닥이고 아이를 토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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