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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수 Nov 11. 2022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느끼는 방법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은 마법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안겨 있는 것을 좋아하고 서서 안아주는 걸 좋아했다. 자꾸 안아주면 손 탄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누워있는 게 싫어서 낑낑거리며 애타게 쳐다보는 아이의 눈빛에 늘 눕힌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다시 안아주곤 했다.


누워 있는 것과 잠드는 걸 싫어하는 것을 빼고는 아이는 순한 편이었다. 모유도 분유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고 젖병을 물면 입 한번 떼지 않고 10분 이내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동갑인 아이를 키우는 지인을 통해 수유 한 번 하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는 얘기를 듣기 전까진, 아기들은 다들 그렇게 한 번에 완전히 마시는 줄 알았다. 그리고 우는 이유의 대부분은 배가 고파서이거나 누워있기 싫어서였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우는지 몰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 시절부터 엄마 껌딱지였던 아이는 4살인 지금도 여전히 껌딱지이다. 아이가 조금 크면 친구들이랑 노느라 엄마를 덜 찾는다고 하는데 아직 그런 시기는 아닌 건지, 작년에 복직을 하면서 같이 있는 시간 동안에는 오히려 뭐든 엄마와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인지 평일 퇴근 후와 주말엔 그동안 모자랐던 시간만큼 꽉꽉 눌러 채우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이 보여서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아도 늘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근 시각이 일러서 보통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집을 나서는데 간혹 출근 준비하는 중에 아이가 깨는 날엔 기어코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한참을 품에 안겨서 가지 말라고 엄마를 붙잡는다. 그래도 일어났는데 엄마가 이미 집에 없다는 것을 알면 아빠랑 잘 준비해서 어린이집에 등원하니 참 다행이다. 아니면 등원 담당인 남편이 매일 아침마다 엄마 찾는 아이 달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그저 아찔하다.


한 번은 오전에 휴가를 쓰고 병원 진료를 본 적이 있다. 생각보다 진료가 빨리 끝났고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바로 회사로 가지 않고, 남편과 같이 아이 등원을 해주려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진즉 일어났어야 하는 아이가 아직도 비몽사몽이었고 남편은 우선 급한 대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얼른 아이를 깨웠는데 예상치 못했던 엄마 목소리에 아이는 눈을 번쩍 뜨더니 한 10초 동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엄마가 맞는지 쳐다보았다. 아이 옷을 갈아입히기 전에 손을 씻으려고 잠시 거실로 다시 나왔더니 엄마가 다시 가버릴까 걱정되었는지 아이가 벌떡 일어나 나에게로 달려와 안겼다.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늘 원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게 미안했다.




엄마와 떨어지는 걸 너무나도 아쉬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엄마가 없는 환경에서는 아빠랑 등원도 잘하고 어린이집에서도 잘 지내고 하원 후에는 할머니랑도 씩씩하게 있는 것을 보면 고맙고 한편으론 신기했다. 문득 그 시간 동안의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졌다.


루는 나한테 찰싹 붙어서 보들보들한 잠옷에 볼을 비비는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는 회사에서 우리 딸 보고 싶을 때 사진 보면서 마음을 달래는데 우리 딸은 어린이집이나 할머니 집에서 엄마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


아이는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해주었다.


"마음으로 엄마 목소리를 느껴."


마음으로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아이가 준 감동이 너무나 커서 한참 머리와 볼을 쓰다듬고 안아주었다.


"마음속 엄마 목소리는 어때?"


살짝 긴장한 채로 다시 물어보았다. 요즘 아이의 장꾸력이 부쩍 증가하면서 혼내는 빈도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정하고 예뻐."


이 말 한마디에  한없이 고맙고 순간의 욱함을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던 순간들이 부끄러웠다. 어른이니까 좀 더 인내심을 갖고 포근하게 가르쳐줄 수 있었는데 그냥 빨리 해결하려는 마음이 앞설 때 자꾸 목소리가 커진다. 그럼에도 다정하고 예쁜 목소리로 기억해주는 딸. 부모는 자식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다지만 종종 아이들의 부모 사랑이 더 무조건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 종종 기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것들을 이야기할 때, "내 마음속에 ㅇㅇ가 있어."라고 말하곤 한다. 'ㅇㅇ'에는 엄마가 있기에 떨어져 있어도 속으로 생각하면 그리면서 견디고, 다시 만나면 하루 종일 보고팠던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어 표현하는 아이.  어쩌면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마음을 다 알 수 없다고 하고, 막상 부끄럽다는 핑계를 들며 좋아하는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어른보다 낫다 싶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잠자리 독서도 하고 잠자리 대화를 한다. 오늘 하루 어린이집에서는 어떻게 지냈고 어떤 즐거운 기억이 남았는지 물어보면 조잘조잘 이야기해줄 때도 있고 비밀이라며 말해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와~ 벌써 엄마한테 비밀 만드는 거야?" 하며 아쉬운 티를 내기도 하지만 엄마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거리는 아이의 즐거운 순간을 만끽하게 해 준다.

 어느 날, 언제 제일 즐겁냐는 물음에 아이는 '엄마가 기쁠 때'라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대답해줬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가 보다 느꼈다. 즐겁고 기쁜 모습이 아이에게도 오롯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는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아지는 시기오고 사춘기도 겪으면서 분명 아쉽고 섭섭 마음도 들겠지만, 그때 마음속 아이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아야겠다. 내 마음속에는 늘 아이가 있고 딸의 목소리는 늘 다정하고 예쁠 테니까  마음으로 충분히 진심을 표현하고 있음을 느끼는 엄마가 되어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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