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빠는 가진 게 없었다 숨겨둔 돈도 없었고 그 흔한 보험도 없어서 빈 몸으로 떠났다 아빠가 떠난 후 일 년에 몇 번씩은 집에 삼촌과 고모가 자주 다녀갔다 삼촌들은 올 때마다 큰 인형을 사줬고 고모는 항상 엄마와 싸우고 갔다
고모가 "우리 집 씨니까 내가 데리고 가서 키울게요"라고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는 그때마다 노발대발 화를 냈고 고모가 가고 나면 나를 붙잡고 항상 울었다 그렇게 몇 년을 고모가 나를 데리고 가려고 했다
친할아버지가 계셨다
가끔 엄마랑 할아버지를 뵈러 갔다 할아버지는 날 끔찍이 예뻐했다 항상 뭔가를 주고 싶어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보다 온 가족을 부르시고는 내손을 잡으셨다 그러시곤
"할아버지가 우리 손녀 앞으로 잠실에 아파트 하나해놨다 잘 가지고 있어라"라고 하셨다 고모는 자리를 벅차고 나갔고 삼촌들은 말이 없었다 엄마는 그제야 고모가 나를 키우려고 했는지 이해를 했다
아파트 문서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한참이나 들여다 본 기억이 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어린 나를 키운 대가라고 생각이 들었을까? 아니면 아빠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이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 행복도 오래가지 않았다
고모가 외국을 간단다 기어이 나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가 "아파트 문서 줄 테니 그냥 가세요"라고 말을 하니
"언니가 그렇게 키우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네요 아파트 받고 그럼 내가 물러날게요 하지만 잘 키우지 못한다면 그때는 내 호적에 올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