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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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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Sep 25. 2015

납치

눈빛

국민학교 3학년 때쯤 나보다 2살 많은 친척 언니와 단 둘이 지하철을 타고 친척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왜 어린애 둘이 지하철을 탔는지 기억은 나진 않지만 확실한 건 둘이 가고 있었다


목적지는 2호선 신림역

4호선을 타고 사당까지 가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했다 한참을 언니와 가고 있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서 쳐다보니 한 아저씨가 계속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계속 이어졌다 쳐다보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지하철 유리문으로 그 아저씨를 봤는데 역시나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무 말하지 않았는데도 언니와 나는 극도의 무서움을 느꼈다 언니가 작은 목소리로

"곧 있으면 사당역이야 언니가 손 잡을 테니 놓치지 말고 뒤돌아 보지 말고  뛰어"라고 말을 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뛰어 다시 지하철을 탔다 무슨 정신으로 뛴지도 모를 정도로, 흡사 영화에  한 장면처럼 지하철 문이 닫치는 그 순간 지하철을 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 아저씨 없겠지?"라고 말하는 순간 그 아저씨도 타서 우리를 쳐다보며 잡아먹을 기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도저히 무서워 참을 수가 없어서 우리 앞에 서 있던 대학생 무리에게 "오빠 저 아저씨가 계속 아까부터 따라와요" 하며 엉엉 울어버렸다 꼬마애 둘이 울며 도와달라 하니 한순간 이목이 집중됐다


사람들은 동시에 우리가 가르친 아저씨를 쳐다봤다 그러니 그 아저씨가 갑자기 도망을 가면서  그다음 정거장에서 급히 내렸다 경찰에 누군가 신고를 해줘서 언니와 내가 경찰서를 갔는지, 그 대학생 무리들이 데려다 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당시 너무 무서워 그 뒤론 기억이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건 그 아저씨의 눈빛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 껌 파는 아이들을 시키기 위해 그렇게 따라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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