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인간 Dec 09. 2022

단조

새로운 느낌이 없는 것

단조로움이란 그대로 새로운 느낌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느낌이라는 것은 뭔가 색다르거나 기존에 보지 못했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감정의 영역은 오감으로 이어지고 시각, 청각, 촉각을 기반하여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흐름이 뇌 속에 기억되는 것이다. 


그 기억이 무척 흥미롭거나 이색적이라면 오랜 기간 동안 뇌리에 저장되어 이따금씩 지루한 일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간혹 꺼내먹는 달디단 캔디처럼. 트라우마를 극복하거나 경험하기 싫은 일들을 제쳐버리거나, 영영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회상하거나. 변화의 출발점 앞에서 마음을 다잡거나 할 때 필요하다.


30대 중반을 거쳐 후반에 다다르기 시작하니 자극적이었던 캔디 맛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어릴 적, 새로움이 익숙함으로 변화하는 것이 너무 두려워 그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척추를 바짝 세우고 처음 운전대를 잡았던 기억. 가슴을 지나 목덜미까지 쿵쾅대는 비트로 진동했던 클럽에 첫 방문을 했던 기억. 그 짜릿하고 색달랐던 기억들이 익숙해지는 것은 어떤 기분이냐고 말이다.


그는 내게 대답했다. 당연한 거라고. 나이를 먹고 세상에 대한 경험이 많아질수록 색다른 것보다는 익숙한 것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어차피 우리 모든 존재는 세상에 나와 경험을 양식 삼아 각자의 삶의 습관과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일 뿐이라고. 그게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것일지라도. 다른 이에게는 색다른 것이라고.


맥 빠진 콜라를 목구멍으로 들이붓는 기분이 들었다. 영원할 것 같던 색다름은 이제 곧 단조로움이 되는 것일 테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와 존재에 대한 부푼 기대감은 재빠르게 소멸될 것을 직감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이를 먹는 것이 항상 옳고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20대, 파릇한 청춘의 경험을 다시 체감할 수 없다는 사실도 나를 침묵케 했다. 


모래시계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바늘구멍만 한 홈을 가진 허리를 지나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위는 내게 주어진 시간일 테도 아래는 내가 보내온 시간이라고 가정하자. 단조로움은 그 아래에서 시작된다. 켜켜이 쌓인 모래를 바라보며. 보내오며 보냈던 시간을 추억하고 회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아직 많은 모래에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있다. 삶의 단조롭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폭과 너비가 줄었을지라도. 아직은 가보지 못한 영역과 삶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기대심리. 막연할 수는 있어도 여전히 품고 있는 그 부푼 마음. 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래시계 위를 가리면 된다. 


모래시계 허리를 지나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그것이 현재다. 그리고 그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모래시계 아래의 영역에서 허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부푼 마음과 기대심리를 유지하고자 손바닥으로 모래시계 윗부분을 가렸다.


이제 새로운 느낌이라는 것은 매일 찾아온다. 어느 하나라도 똑같은 날은 없다. 어제와 오늘 같은 차를 타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의자에 앉아 같은 업무를 했다고 하더라도. 어제에 느낀 감정과 오늘 느낀 감정은 다른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움을 찾아보자. 내가 느끼고 경험하는 대로 익숙한 것도 얼마든지 새로울 수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소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