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 기 ]
#용기1
단지 안에 감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가을이 되니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이윽고 감이 익어가니 보기만 해도 정겹고 예쁘다.
그런데 감나무 아래로는 주차 구역이지만
아무도 주차를 하지않는다. 감이 떨어지면 차가 망가질테니, 모두 몸을 사리는거겠지,
나를 포함해서
그런데 오늘아침 출근하러 차 가지러 나왔다가 감나무 아래 용맹하게 서있는
작고 귀여운 차를 발견해서
바쁜 월요일 아침이지만, 사진 한 컷.
더 큰 차, 비싼 차들도 다들 엄두도 못낸걸
저 조그만한 차가 배짱있게 턱!하고 한 자리 차지한게 그냥 웃음이 났다.
(내가 사춘기니, 뭐 이런걸 보고 월욜 아침부터 사진찍고 미소짓고 난리 ㅎㅎ)
아마도 차주는 아주 용감하거나, 어쩔 수 없었거나,
그것도 아님 너무 바쁘게 살아 땅만 보느라 하늘에 감나무 보지 못했거나 셋 중 하나겠지?
#용기2
어제 아이 옷을 백화점 세일할 때 사줬는데 바지 길이 수선이 필요해서
백화점 수선매장에 갔더니 너무 비싸서 돈 아깝...
주부마음에 옆 건물 트레***에 수선코너가 있는걸 알고, 내가 주2~3회는 운동하러 방문하니
더 저렴한데서 수선해야지하고 바지 수선을 어제 의뢰해두고, 오늘 퇴근 길에 찾으러 갔다.
백화점보다는 30%이상은 저렴하고 사장님께 생글생글 수법으로 현금 결재 추가할인도 받아서
기분좋게 나왔는데 ㅎㅎㅎ
내려오는 길목 아래층 - 노브랜드 개미지옥에 빠짐 ㅋㅋㅋㅋㅋ
이래서 가까운 오라버니 말씀에
배고플 땐 마트에 가면 안되고,
술먹었을 땐 전화기를 가까이 하면 안되고,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면 안된다고 했건만. ㅋ
오늘 바빠서 점심을 먹는둥마는둥했더니 별게 다 맛있어 보임 ㅋㅋㅋ
분명 위의 말이 떠올랐으나
순간 "나는 금지를 거부한다" 라며 ㅋㅋ 주섬주섬 용기있게 장을 보았네
배고플 때 마트에 가면 안된다는게 진리라 할지라도,
뭐 어때 내가 미슐랭가이드 음식을 먹고 살거 아닌데,
오늘 저녁 배고픈데 이정도쯤이야..라며 평소 안먹던 간식까지
5천원 절약했는데, 5만원 쓰고옴 ㅎㅎㅎㅎ
가끔 무모한 용기가 삶의 작은 기쁨이 되기도 한다면
너무 몸을 사릴 필요 없잖아?! ^^
#용기3
오늘은 아주 가볍에 아침에 만난 감나무 아래 용기있는 녀석 덕분에
"용기"에 대해 간단히 생각해보았는데
이번달 독서모임 책의 한 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
"도와줘. 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
나의 약점을 꺼내놓고, 나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또 우리의 경우엔 우리의 아픈 과거의 상처를 보여주면서까지
누군가에게 "도와줘"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이 곳에 어떤 형태로 쓰여진, 어떤 이야기로 쓰여진 글이던간에
매일매일의 수많은 글이
사실은 알고보면 아프거나, 외롭거나, 슬프거나, 힘들거나,
그래서 다양한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목소리로
어쩌면 "도와줘"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부디,
그 용기있는 외침에 비난이나 질책이나, 평가는 아껴두고
기왕이면 위로하고, 응원하고, 토닥이며, 그렇게 지내는 공간이 되길.
우리모두 서로의 "용기"를 응원하길,
우리모두의 마음의 "용기"에 따뜻함과 긍정에너지를 꾹꾹 눌러 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