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트리 Nov 08. 2024

운명에 겸손할 것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운명에 겸손할 것 ] 

ft.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사람이 얼마나 운명 앞에 한낱 작은 존재인지, 그것을 뼈저리게 느껴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나는 이혼을 하기 직전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 



영화는,, 정말 시작한 지 3분 만에 손수건 꺼내서 울기 시작

끝날 때까지 거의 통곡 수준,,,,,,ㅜ.ㅜ

정말 나오니 몰골이 말이 아님...ㅜ.ㅜ 

그냥 슬프다의 의미는 아니었고.

부부, 삶, 죽음, 정말 내 생에 큰 영향을 끼칠 그런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열네 살에 만나 76년간 부부로 맺어진 정, 사랑.

죽음이 다가오는 걸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내야 하는 노부부의 하루하루 일상이 너무 리얼해서,

가슴이 사무쳤고, 눈빛에서 손끝에서 서로를 아끼고 염려하는 그 진심이 느껴져서 어떤 배우가 나와하는 연기와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 어떤 젊은 연인들이 실연의 아픔을 이야기한다한들.

76년 세월 12명의 자식을 낳고 키우며 살아온 이 노부부의 헤어짐 앞에선 엄살일 뿐인 것 같다.

부부의 정만으로도 따뜻하고 아름다웠지만 내가 또 울컥했던 부분은

열두 명의 자식 중 앞세워 하늘나라로 보낸 여섯 아이들..

몇십 년이 지나고, 죽음을 앞두고도 먼저 보낸 자식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슴 아파하는 부모의 마음을 보며,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걸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ㅜ.ㅜ 

어떤 죽음도 슬프지 않은 죽음이 없고, 아쉽지 않은  이별이 없겠지만....

나 역시 아주 나중엔

남편과, 내가 먼저일지, 남편이 먼저일지 모르겠지만 죽음을 맞이할 텐데. 피해 갈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먼저 가는 사람은 먼저 가는 대로,

남겨진 사람은 남겨진 대로

누가 더 슬프고 서운하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서로가 슬프고, 안타깝고, 미안하고 아쉬울 것 같은...

그러기에 현재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사랑하고, 표현하고 아끼며 살아야겠다는

정말 살아있는 가르침을 얻고, 본보기를 보고,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이렇게 평생을 잉꼬부부로 사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딱 3개월만 더 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내 마음을 글로 쓴다는 거 자체가 지금은 다 표현도 안 되는

그런 진한 여운과 많은 생각을 남긴 그런 영화.

아마 난 한번 더 볼지도....  

(이 뒤는 생략할게요 ㅎㅎㅎㅎ 막 이후 삶의 다짐인데 더는 공개 못하겠,,,ㅋㅋ)




2014년 12월의 내 육아일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그것도 내 인생 35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극장에 예매를 해서 이 영화를 보러 갔다. 

노부부의 사랑이 워낙 장안의 화제이기도 했고, 이걸 보고 전 남편과 백년해로를 꿈꾸었으니까. 

그런데, 이날의 내 일기가 무색하게도 

나는 정확히 이로부터 3개월 후에 이혼을 하게 되었다. 


삶이란 얼마나 알 수 없는 것이며,  인간은 운명 앞에 얼마나 작고 나약한 존재인가. 

얼마나 많은 계획을 세우고, 거창한 다짐을 해도,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사랑이고 인생이고 그 덧없음을 

조금 천천히 알았어도 되었을 텐데, 서른 중반에 다섯 살 막 네 돌이 지난 아이를 데리고 알게 되버렸네. 

저 영화를 보며 백년해로를 꿈꾸며 흘린 눈물을 닦았던 손수건은 

외도로 인한 분노와 원망, 슬픔과 좌절로 흥건하게 젖었고, 

함께라는 이름으로 꿈꾸었던 모든 것은 이제 너와 나의 단절로 철저히 남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두고두고 이 영화와 이때를 떠올리며 배운 것이 있다. 

"운명 앞에 겸손할 것" 

"함부로 인생을 예측하지 말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후회스러운 내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오늘에 최선을 다할 뿐"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 : 둘의 호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