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하며
뜨거운 여름날 이곳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내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던 욕심으로
그때쯤 꺾여 그냥 두면 죽어버릴 줄기하나 받아와
두 달 넘게 물로 뿌리를 내려서
정성으로. 키우기 시작했던 아이
그 아이를 키우며
끌림이라는 주제로 글도 썼었는데
기특하게 4개월 만에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때 키우던 큰 아이는 두어 번 가지치기를 해주었는데도 쉴 새 없이 새잎을 틔우고
뿌리도 없이 두어 장 붙은 가녀린 줄기로 시작한 작은 아인 중간에 화분에 옮겨주었는데 화분이 좁아짐
기특한 작은 아이는
여름 가을 내내 끌림의 본능에 충실히
해를 향해 온몸을 움직여 가며
키도 크고 새 잎을 틔어 작지 않은 화분이 꽉 차고
줄기 곁으로 새 뿌리와 줄기가 나면서
제 몸을 감당하기도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뿌리를 깊이 내리는 굴지성도 훌륭했기에
무성한 잎과 줄기는 하루에 한 번 위치를 바꿔주어도
굴광성에 충실히 온몸을 해를 향했겠지
사랑처럼
그 마음의 뿌리가 단단해지고 마음이 깊어짐에
그 벅찬 마음과 감정이 풍성해지고
오로지 그(해)만 바라보는 너무나 사랑에 충실했던
우리 작은 아이
너무 기특하지만
비틀거리고 휘청거릴 정도로 버거워 보이는 줄기와 잎을
이제 조금 덜어내 다른 화분에 나눠 심어주기로 했다.
며칠 내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지난 새벽 더 늦추면 안 될 것 같아서
내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새벽 세시가 넘어 분갈이를 했네.
지금은 이렇게 마음을 도려내듯
줄기를 떼내어 다른 화분으로 옮겨 담지만
너무 슬퍼하지 마
떨어져 있지만 서로 오래 지켜보며 곁에 있고
그 언젠간 또 큰 정원에서 함께 뿌리 마주할 날
올지도 모르잖아?
"지금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그냥
지난여름 가을 서로 꼭 붙어
벼랑 끝 난간처럼 서로를 지탱하며
의지하고 지탱했을 줄기들이
서로 떨어지는 모습이
슬프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고
서로 떨어진 화분에서도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응원도 담아
정성껏 흙을 다지고, 마음도 다져본다.
"지금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우리 집. 막내 이 아이도 금전수 잎하나 툭 따와서 석 달 넘게 물로 뿌리 만들어 드디어 흙에 뿌리내려줌 잘 자라 보자^^
https://youtu.be/O-oDHv6 rzfE? si=rFTWpNmS8 Mignz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