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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Jul 31. 2023

퇴사를 선언하다

나는 기자였다 - 11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했던 이유


퇴사를 결심하고 말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오랜 고민 끝에 내가 퇴사를 결심한 이유를 모두 말하기로 결정했다. 퇴사 관련 유튜브를 보면 불편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나는 불편한 이야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거기엔 3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바로 직전 글에서 말했던 편집권 침해 때문이었다. 경영진인 대표와 부사장이 기사에 개입하는 그 상황이 반복된다면 내가 다녔던 언론사는 더 이상 '언론사'라고도 부르기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언론사'라는 데 큰 프라이드를 느꼈기 때문에 편집권 침해가 매우 퇴사에 큰 역할을 했고 이를 꼭 이야기해야만 했다.


두 번째는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내가 겪고 있는 모든 상황을 회사의 다른 기자들(특히 후배들)이 그대로 겪고 있었다. 하루에 기사 5개씩, 한 달에 100여 건씩 기사공장처럼 기사를 써 내려가는 상황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기사를 쓰는 속도가 빨라 하루에 기사를 5개씩 써도 정시 퇴근이 가능했지만 일반적으로는 기사 5개를 써서는 정시 퇴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우리는 기획기사도 매주 한 편씩 준비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꾸역꾸역 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아주 사적인 이유였다. 상사들로부터 '나약한 사람' 취급받기 싫었다. 언론사가 으레 저연차 기자들에게 하는 '혹독한 트레이닝'을 견뎌내지 못하고 도망가는 그런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싶진 않았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이유가 분명히 존재했고,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나의 사수이자 직속 상사였던 국장에게 찾아가 퇴사 의사를 밝히고 퇴사 사유를 이야기했다. 국장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답했다. "네가 말한 바에 공감하지만 바꿔줄 수 있는 건 없다"


그렇게 나의 퇴사는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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