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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Dec 15. 2023

연뮤덕이 말합니다, 우리는 왜 예민해졌을까요?

일반인은 모르고 관계자는 외면하는 연뮤덕의 사정

이 글은 많은 고민 끝에 쓰인 글이다. 최근의 일들은 내가 한 마디 더 얹는다고 해서 뭐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연뮤덕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슬퍼서, 내가 억울해서, 내가 현타가 와서 이야기를 꺼내야만 했다.     


특정 사건 이후에 연뮤덕들의 ‘시체관극’ 문화가 화제가 되었다. ‘화제가 되었다’는 표현은 좀 부드러운 것같다. 사실상 두들겨 맞았다. 사이버 불링에 가깝게 연뮤덕들은 조롱당하고 공격받았다. 우리는 유난을 떨고 예민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연뮤덕들에게도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연뮤덕들이 예민하지 않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예민한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예민해졌는가이다.     


짧게 요약하자면 짧은 시간에 대해 비싼 돈을 주고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공간에 앉아있기 때문이다. 최상의 만족도를 위해 최고의 환경을 마련하고 싶은데, 그 환경을 제작사 혹은 공연장에서 제대로 주지 않으니 관객들이 나서는 수밖에.     


물론 이러한 방향성의 추구가 지나치게 과도해져서 타인의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 나 또한 ‘사전 고나리’(공연 전에 미리 관람 예절을 지켜달라고 얘기를 듣는 것)를 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 타깃이 되어야 할 것은 예민한 ‘관객’들이 아니라 예민한 관객들을 만든 ‘환경’이다. 관객들도 바뀌어야 할 점이 분명히 있지만,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환경이다. 환경. 다시 한번 말한다.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극악의 단차와 극악의 좌석 사이 공간. 이게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글을 마치기 전, 제대로 된 환경도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알아야 하는 제작사 관계자가 연뮤덕들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에 한 마디 얹었다는 것이 한탄스럽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일반인이 뭐라든 사실 그러려니 말 수도 있다. 그들은 사건의 조각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지만 연뮤 제작사 관계자라는 사람이 연뮤덕들에게 그렇게 한 마디 던지는 것이 과연 연뮤덕에게, 제작사에게 무슨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된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 연뮤덕들도 덕후들이다.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고 싶다. 유난 떨고 예민하게 굴어가면서 덕질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는가.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도록 제발 우리가 지불하는 가격만큼의 가치 있는 환경과 서비스를 달라. 그러면 개선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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