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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Apr 07. 2023

불행했던 삶, 그럼에도… 뮤지컬 ‘실비아, 살다’ 리뷰

이 세상의 수많은 실비아들에게 건네는 말

(※뮤지컬 ‘실비아, 살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뮤지컬 '실비아, 살다' 포스터(출처: 인터파크 예매 페이지)

뮤지컬 ‘실비아, 살다’를 보고 왔다. ‘실비아, 살다’는 내게 조금은 두려운 작품이었다. 작품의 실존인물인 실비아 플라스가 살다 간 인생이 너무나도 불행했으므로.     


그럼에도 이 작품을 보러 갔던 건 창작진들과 배우들이 많은 심사숙고를 해 공연을 만들었다는 것과 많은 관객들이 이 공연이 좋은 작품이라고 입모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결심 끝에 실비아를 만나고 왔다.     


불행했던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 이유     


개인적으로는 불행을 ‘전시’하는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용이 제시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특히나 불행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여긴다. 누군가의 불행을 보고 (어떤 의미로든) 즐거움을 느끼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

     

뮤지컬 ‘실비아, 살다’도 자칫 그럴 수 있는 경계선에 놓여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은 명확했다. 수많은 불행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보자는 것.     


실비아 플라스가 겪었던 불행 중에 많은 것들은 그가 결코 바꿀 수 없는 견고한 성과도 같다. 아버지의 죽음, 테드의 불륜, ‘여성’과 ‘여성’ 작가를 향한 편견들. 실비아도 결국 불행에 굴복하는 듯하다.     


그러나 빅토리아 루카스라는 인물의 삽입으로 이 작품은 ‘삶을 살아보자’는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실화와는 달리 빅토리아는 실비아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개입하면서 실비아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서까지도. 실비아는 끝끝내 죽음의 위기를 견디고 살아나간다.     


또 다른 ‘실비아’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 


이 작품이 또 좋았던 이유는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에 있었다. 기차에서 또 다른 ‘실비아’를 만나는 실비아의 모습. 우리가 극 내내 봐왔던 실비아는 또 다른 ‘실비아’에게 더 이상 ‘비상탈출’ 하지 않고 종착역까지 가겠다고 말한다. 이는 수많은 불행을 극복하고 생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실비아 플라스가 좌절했던 여러 이유 중에 하나는 ‘여성’과 ‘여성 작가’에 대한 편견이었다. 또 다른 ‘실비아’ 그리고 이 작품을 보고 있는 수많은 ‘실비아들’은 편견을 여전히 겪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실비아 플라스가 불행을 이겨낸 모습은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실비아, 살다’는 좋은 작품이다. 물론 실비아 플라스의 불행이 등장할 때는 속에서 천불이 나올 정도로 괴롭지만... 불행이 주는 괴로움이 조금은 희석될 수 있도록 유쾌한 장면들이 군데군데 들어가 있다. 그리고 1인 다역으로 공연을 하는 배우들이 이런 역할을 소화하기도 한다.      


넘버도 좋다! ‘술 탄 물’ 넘버가 대표적인데, 기쁘게도 박제가 되어있다. 아래 영상을 가져왔느니 한 번 들어보시길!

https://youtu.be/TU6w_1QtP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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