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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 Jul 14. 2023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첫 현장 취재

나는 기자였다 - 03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


첫 취재를 넘어, 점차 나에게 주어진 기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처음으로 주어진 '현장 취재' 건은 바로 '강남역 사건' 6주기 추모행동이었다.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채 나는 강남역으로 향했다.


강남역 사건 6주기 추모행동을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실, 추모 '반대' 시위를 하러 온 이들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그들을 취재해야만 했다. 평소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그들의 존재 자체가 괴로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특히나 사진 기자님이 함께 동행하실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사진을 내가 찍어야만 했는데, 그 사실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여혐' 세력들의 사진이 내 휴대폰 갤러리에 담기다니. 그러나 기자로서 담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깨달았던 건, 앞으로 내가 취재하고 싶지 않은 것도 이렇게 취재하게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기자로서 해야 하는 일은 또 있었다. 바로 추모를 하러 온 이들을 인터뷰하는 일. 낯선 이들 사이에서 답변을 가장 잘해줄 것 같은 사람을 고르고 골라 다가간 뒤 말을 걸었다. 하지만 번번이 퇴짜 맞았다. 인터뷰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백래시가 심한 상황에서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몇 번의 퇴짜를 맞고 나서야 여러 명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제야 나는 내가 기자가 됐음을 '실감'했다. 나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에게 나의 신분을 냅다 밝히고 내가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야 하는 직업. 바로 그게 기자라는 것도.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렇게 낯선 이들을 인터뷰하는 일이 기자 일을 하는 내내 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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