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하지만 편한 내 한 입 위로 #01 옥면가
나는 공덕 부근의 마케팅 대행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유보단 속도를, 컨펌보단 디벨롭을 많이 외치는 환경이다 보니 야근은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었다. 야근을 오래 할수록 저녁 식사는 하루 중 몇 안 되는 유희이다. 새벽에 퇴근하기 일쑤인 하루를 보내는 와중 식사마저 챙기지 못한다면, 하루를 보내는 나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시간은 18시 40분, "저녁 먹고 오실 분!" 채팅을 올리니 하루를 옴팡지게 살아도 할 일이 남은 팀원들이 하나 둘 내가 보낸 외침에 좋아요(�) 표시로 화답한다.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의례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이럴 때 돌아오는 건 침묵 또는 "음.." 하는 의성어일 뿐이다. 든든하면서 속이 편한 음식을 생가하다가 '옥면가'가 떠오른다. 옥면가의 옥면은 '옥수수 면'의 줄임말이다. 경의선 숲길을 지나 옥면가가 있는 골목으로 향한다. 이곳은 골목 깊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알고 찾아가지 않는다면 쉽게 지나칠 곳이다. 처음 갈 때는 정말 맛있지 않으면 장사가 잘 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게 오산이었다. 음식을 먹자마자 골목 깊이 위치해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사장님의 프라이드가 느껴졌었다.
가게 한 편에 옥면을 고집하는 이유가 붙어있다. 글루텐이 없어 속이 편하고, 칼로리가 낮으며 오랫동안 불지 않아서라고 한다. 사실 나는 옥면이건, 밀면이건, 쌀면이건 맛있으면 장땡이다. 성분이 좋은데 맛까지 있다면 강한 매력이 되고, 맛없으면 핑계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대표 메뉴인 우사골 옥면을 시켰다. 사골 국물에 쫄깃한 옥면이 들어간 메뉴로 내 허벅지만 한 닭다리가 함께 나온다.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운 한상 차림이다. 연기가 올라오는 접시에 젓가락을 넣어 따끈한 면을 건져 올려 한입 먹어본다. 면은 적당히 쫄깃하고, 옥면 특유의 구수한 향이 면을 씹을 때마다 올라온다. 사골의 구수함은 옥면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려주는 좋은 파트너가 된다. 옆에 있는 통장각을 옥면가표 수제매실소스에 찍어먹으면 단백질도 걱정이 없다. 짭조름하면서 담백한 닭다리살을 뜯고 있노라면 내가 수렵만화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위로를 받기보단 위로를 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 같지만, 이 우사골 옥면에게는 위로받을 수 있을 듯하다.
옥면의 위로를 받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나의 속은 한층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