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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철 Jan 13. 2019

<브라질 팔도유람>  
07.4 북부 지방

그래. 사람들은 가난했다...

그래. 사람들은 가난했다. 

북부의 도시들을 갈 때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인정이 넘쳤다.

 이 가난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순박했다. 가난해서 순박한 것인지 아니면 순박해서 가난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바보들의 세상을 만든 것일지 모른다.

체 게바라가 남미를 여행하면서 남미의 민중들을 실제로 보고 혁명을 꿈꾸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이 비정상인 것 같았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왠지 가슴이 시렸다.

옆의 해먹에서는 마란냥에서 온 꼬마 아가씨가 힐끗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노트북으로 그 친구와 친해졌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이들은 노트북으로 셀카를 치고 장식도 만들었다. 

또 다른 꼬마 왕자님과도 친해졌는데 선천적인 발육의 문제가 있어서 벨렝의 큰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였다. 호기심이 많은 이 친구는 동양에 어딘지도 모르는 한국에 대해서 끊임없이 물어보았다. 


벨렝은 몇 번을 가도 이상하게 좋았다. 비가 오는 흐린 날의 시내를 걸어 다니는 것도 좋았다.

벨로 페소 시장의 생선구이 백반은 환상적이었다. 천연 아싸이의 맛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설탕을 넣어 먹어도 무뚝뚝한 맛을 내고 있었다. 시장의 맛이란 그런 거겠지. 가공하지 않은 음식의 맛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

시내의 호텔에서 똑같은 길을 한창 걸어서 베로페소 시장까지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새벽에 열리는 아싸이 시장도 좋았다. 어두운 새벽의 시장의 가로등 불빛 아래로 아마존강을 달려온 배들이 아싸이를 한가득 시장으로 내려놓았다. 아싸이이의 그 뽀얀 보라색 위로 새벽 공기마저 다양한 색깔의 위용을 뽐내는 것 같았다. 아마존의 배꾼들은 아싸이를 내려놓고 바구니를 베개 삼아 새벽잠을 자고 있었다. 

새벽 시장의 분주함, 해가 뜨기 전까지 시장의 술집은 성황이었다.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시장은 깔끔하게 텅 비어있었다.

아마존강 어귀에서 사는 수상 가옥은 정말 멋졌다.


너무나 멋져서 한 달 월세가 얼마냐 까지 물어보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와이파이가 있냐는 말은 차마 물어보질 못했다.

개발을 반대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수풀 사이로 일직선으로 건설된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좋았다. 도로 옆에는 키다리 나무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었다.

아마존을 횡단하는 길에 들린 산타렝은 마치 파라다이스 같은 느낌을 주었다. 별명이 아마존의 카리브라 했다. 그것만으로 사람을 불러 모을 싶다. 하지만 이곳은 브라질에서도 빈부격차가 커서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도시 중의 하나이다.

이 관광지에서 브라질과 한국의 축구경기를 사람들이 심드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의 2대 0으로 지고 있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란 것을 자랑하기 위해 ‘꼬레이아~’하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아마 사람들이 열띠게 바라보았다면 나도 그렇게 했겠지.

마나우스에서 콜롬비아 노부부를 만나기 위해 들어간 호텔의 11층에서 바라본 도시도 좋았다. 모든 도시는 모든 도시의 색깔이 있다.

그리고 그 색깔은 왠지 밤에 더욱 흐릿하지만 느낌을 더 발하는 것 같았다.

마치 그들은 마치 부모님인 것처럼 나를 아껴주었다.

그분들의 호텔 방에서 마나우스의 무더위에 쩔은 땀을 씻어 주는 샤워를 하고 잠깐 잠까지 들었다. 

그 부부들은 일정이 있는 데도, 나의 잠을 깨우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한 일이란 작별 인사를 한 것뿐이었다. 좋은 여행을….

이 말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했다.

성 세바스챤 광장에서는 누군가가 프로젝트로 DVD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강가세이루(산적)의 뮤지컬이었다.

뒤편의 오페라하우스는 여전했다.


언젠가 이 커다란 나라 브라질의 끝을 너무나 가고 싶었다. 고속도로 BR-364를 타고 세상의 끝에 가보고 싶었다. 혼도니아를 거쳐서 아크리의 히우 브랑쿠를 지나 브라질의 서쪽 끝까지 가보고, 그리고 다시 포르투 벨류로 가서 고속도로 BR-319를 타고 아마존을 관통해서 마나우스를 거쳐서 BR-174번을 타고 북쪽으로 호마이아 주의 보아비스타를 거쳐서 파카라이마까지 가고 싶었다. 트란스 아마조니카라 불리는 4000km가 훌쩍 넘는 아마존 횡단도로 BR 230번을 타고 끝도 없이 아마존을 횡단하고 싶었다. 

마치 길 위의 탐험가처럼 말이다. 그렇게 한다면 이 나라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런 여행을 꿈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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