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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철 Jan 13. 2019

<브라질 팔도유람>  
08.2 노데스치(북동부 지방)

판데이루와 망고비트

판데이루와 망고비트


초등학교에 다닐 때 리듬 악기 주머니란 것이 있었다. 그 주머니 안에는 타악기 삼총사인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그리고 탬버린이 들어있었다. 

난 그때의 리듬 악기 주머니를 생각하면 시끄러운 느낌만이 난다. 재미있고 신나는 게 아니라 그냥 시끄러운 생각만이 든다. 그것은 우리 반 친구들이 연주를 잘 못 해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악기가 다 비슷한 소리만 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시끄럽다고 생각이 드는 높은 소리만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캐스터네츠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트라이앵글, 그리고 금속 징글 이 박혀있는 탬버린의 세 가지 소리는 모두 비슷하다. 

리듬이란 것은 우리나라 말로 치면 장단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데 즉 연주하는 것의 길고 짧은 것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높고 낮은음의 조화를 의미한다고도 생각한다.

실상 타악기는 소리의 길이를 조절할 수가 없다. 즉 캐스터네츠를 치면 ‘딱’하는 소리만 나올 것이지 ‘따아아아악’하는 소리를 만들 수가 없다. -물론 트라이앵글의 ‘치잉’하는 소리는 치고 나서 손으로 잡으면 조절할 수가 있기는 하다.- 그러므로 소리의 조화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즉 저음이 나는 악기, 중음이 나는 악기, 고음이 나는 악기가 조화가 이루어져야 불편함이 없고 시끄럽지 않은 리듬을 연주할 수가 있다.

드럼이란 악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드럼은 실제로 큰북, 중간 북, 작은북, 그리고 스네어들의 다양한 높낮이로 되어있는 북들이 여러 개 있다. 그리고 하이햇과 다양한 심벌 등의 금속성인 나는 악기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이 드럼은 예전에는 여러 명이 연주하면서 행진을 하는 마칭 드럼에서 나왔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보기만 해도 시끄러울 것 같은 리듬 악기 주머니는 소리의 높낮이가 조화롭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할 것 같다. 아마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리듬 악기 시간이 즐거울 것 같지는 않다.

대게 저음이나 중음이 나는 타악기는 주로 부피가 있는 통을 울려 크게 생겼다. 그리고 그 크기만큼 가격도 비싸므로 리듬 악기 주머니에서 탈락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탬버린이란 악기의 헤드만 잘 쓰여 준다면 안정적인 중저음의 소리를 낼 수가 있다. 이런 소리는 고음의 시끄러울 수 있는 소리를 보완해서 더욱 편하게 들리게끔 한다.

이렇게 연주하는 악기가 바로 브라질의 판데이로이다. 브라질의 판데이로는 탬버린과 똑같이 생겼다. 다음 악기의 헤드 부분에 가죽이나 드럼 피같이 얇은 피를 씌어서 중저음의 소리를 낸다.

주로 엄지손가락으로 치면서 중저음으로 내고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듯이 연주하면 고음을 만든다. 그리고 연속된 금속성의 징글 소리로 그루브를 만든다. 이 작은 악기로는 정말 다양한 소리를 표현한다. 

보통 우리가 모든 영양소가 잘 들어있는 음식을 완전 음식이라고 부르는 데 이 악기는 완전 악기라고 불릴만하다.

이 판데이로는 브라질에서 많은 음악에서 사용이 된다. 보통 삼바와 쇼로라는 음악을 통해서 이 악기는 유명해졌다. 그래서 이 판데이로는 브라질 악기의 대명사가 되었다.

삼바의 클래식 혹은 삼바의 실내악이라 할 수 있는 쇼로 음악에서 판데이로는 혼자서 리듬 파트를 소화한다. 기타, 까바낑뉴, 플루트 등이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을 연주할 때 판데이로는 혼자서 리듬을 연주해준다.

삼바나 쇼로 등의 음악에도 좋지만 판데이로 가장 화끈하게 연주되는 것은 바로 노데스치의 음악이자 문화인 엠볼라두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미국의 힙합 음악의 랩 배틀은 훨씬 이전부터 브라질에 존재했다고 농담을 하는데 그것이 바로 엠볼라도인 것이다.

이 엠블라도의 문화는 랩 배틀과 같다. 노데스치의 대표적인 스트리트 문화인 엠볼라도는 두 명의 사람이 광장이나 길에서 서로 마주 보면서 랩을 시작한다. 한 명이 끝나면 다른 한 명이 이어받아서 대결하고 사람들의 환호와 웃음으로써 누가 더 좋은지를 알려준다.

이런 엠볼라도는 어떠한 주제로 두고 욕을 할 수도 있고, 누가 더 웃긴가 하는 유머 대결일 수도 있다. 혹은 두 명의 콤비로 서로서로 함께 만담을 해주는 것 일 수도 있다. 

엠볼라도에서 하는 랩은 헤펜치라고 불린다.

보통 랩 배틀을 할 경우는 가운데 디제이가 비트를 깔아주고 그 비트에 맞추어서 랩을 한다면 엠볼라도는 바로 본인 스스로 판데이로를 연주하면서 비트를 깔고 헤펜치를 속사포처럼 구사한다. 

그것은 마치 OK 목장의 결투처럼 두 사나이가 판데이로와 입을 무기 삼아 결투하는 것 일 수도 있고 홀쭉이와 뚱뚱이 같은 듀엣 만담가일 때도 있다. 과거 육각수의 노래 “흥부가 기가 막혀" 같은 옛날이야기 일 수도 있고 혹은 해학이 넘치는 욕 자랑일 수도 있다.

이것의 기본은 헤펜치이다. 헤펜치란 것은 그야말로 리듬과 운율을 가진 시이기도 하고 랩이기도 하고 노래이기도 하다.

시와 이야기 그리고 음악은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대중문화를 가져오는 근간이다. 바로 헤펜치는 이 세 가지가 융합되어있는 것이다.

헤펜치는 기타와 만나서 ‘모도 지 비올랑’이 되기도 하고 판데이로와 만나서 ‘엠보라도’가 되기도 하고 종이와 만나면 ‘꼬데우’가 되기도 한다.


<헤뻰치스타(헤벤치하는 사람) 둘이서 판데이루를 치면서 엠보라도를 하고 있다. 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자 그것을 소재로 삼아 즉흥 랩을 선사하고 있다>


꼬데우는 일종의 독립 출판이다. 과거의 헤펜치를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판화로 찍어 표지 디자인을 만들어 헤펜치를 인쇄해서 팸플릿 같은 작은 책자로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로 기타를 치면서 이야기를 노래 형식으로 불렀다. 그러면서 이 작은 책자 꼬데우를 사람들에게 판매하였다.

이 책자 꼬데우는 보통 줄에 매달려서 판매되었다. 그래서 이 책자의 이름은 ‘줄’이란 뜻의 꼬데우가 되었다.

노데스치 음악의 정서는 이런 음유시인과 이야기가 근간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의 이유를 따라 올라가면 그것은 남부 프랑스 사람들의 이주와 연관이 있다.

‘짐은 곧 국가다’로 유명한 프랑스의 왕 루이 14세는 절대왕정으로 유명하다. 그는 강력한 중앙집권을 강화했고 권력뿐 아니라 귀족적인 파리 문화를 모든 프랑스에 일원화하고자 했다.

또한, 개신교를 탄압해서 개신교를 믿던 사람 즉 위그노 들은 외국으로 망명을 가야 했다.

남부 프랑스에 오시타니아 지방은 예전부터 집시, 예술가, 음유 시인 등 많은 곳이었다, 이곳은 더욱 자유로운 예술적인 분위기와 보헤미안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이들은 루이 14세의 강력한 정책에 따라 프랑스에서 쫓겨났었는데 그중의 많은 이가 브라질로 쫓겨 갔다. 이들이 브라질에서 정착한 곳이 바로 노데스치 지역이었고 이들은 이곳의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이곳 노데스치는 흑인 노예의 수입으로 아프리카 문화가 큰 영향을 주었다. 바로 코코과 마라카투가 바로 그것이다. 엠보라로에서 판데이로가 연주하는 리듬이 바로 코코 리듬이다. 

남서부 지방(리우나 상파울루 등)에는 삼바가 있다면 북동부에는 코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코코 음악은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와 춤으로 북동부의 애환과 흥을 표현했다.

마라카투는 북동부 스타일의 바투카다이다. 바투카다는 우리로 치면 북, 꽹과리, 장구, 징 등을 많은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풍물의 브라질 판이라고 할 수 있다.

땅덩이가 넓은 브라질은 이런 브라질 풍물 바투카다가 지역마다 다른 형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리오나 상파울루에서는 삼바 학교의 바투카다가 있고 바이아의 아프로 블로코의 바투카다가 있다. 그리고 마라카투는 바로 북동부를 대표하는 바투카다라 할 수 있다. 

보통 각 지역의 바투카다는 지역별 전통으로 카니발 때 보다 대규모의 연주로 진행이 된다.

현재는 바투카다는 단지 브라질의 전통을 넘어서 어떤 문화 현상으로 전 세계에서 유행되고 있다.


전통이란 것은 훌륭한 것이지만 고리타분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전통이라는 것, 보존해야만 하는 강박감이 느껴지면 특히나 젊은 사람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마라카투는 최소한 북동부 지역에서는 그저 카니발에 연주되는 음악이었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음악이나 문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한 사람의 등장은 이러한 전통의 심심함보다는 멋진 음악 중의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라카 투뿐만 아니라 북동부의 전통적인 스타일은 다양한 문화와 음악으로 합쳐져서 새롭고 강렬한 음악으로 탈바꿈했다. 사람들은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망고 비트로 불렀다.

이런 것을 가져온 이는 바로 시코 사이언스란 이상한 이름의 인물이었다. 시코 사이언스는 나성 줌비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진창에서부터 카오스까지’라는 앨범을 발매했다.

시코 사이언스와 나썽 줌비(쉬코 과학과 줌비 네이션)는 혼합을 넘어선 카오스로 자신의 음악에 대입시켰다. 힙합, 록, 마라카투 리듬 등은 음악은 혼돈을 거쳐 재탄생이 되었고 그것은 망고 비트란 이름으로 커다란 유행을 가져왔다.

그는 알파이야라는 마라카투에 사용하는 북을 전면에 내세워서 랩과 기계적인 기타 리프 등과 함께 카리스마 넘치는 망고 비트를 만들었다. 

사실 당시의 브라질 대중음악은 새로움을 상실하던 시기였다. 과거의 브라질 음악이라고 불리던 삼바, 보사노바, 바이앙 등의 전통을 기반으로 새롭게 창작을 하던 브라질 대중음악의 참신함은 사라지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록 음악이나 팝 음악을 따라 하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시코 사이언스와 나썽줌비는 혁명적이었다. 그들이 힙합과 록 음악을 차용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정말 브라질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였기 때문이다.


당시 1990년대는 세계적으로 시코 사이언스와 나썽줌비같은 음악성 들을 지닌 밴드나 뮤지션들이 자국에서 세계로 멋진 음악을 선보였다.

그들은 자신의 땅의 리듬을 기반으로 전국으로 세계로 퍼져나가게 했다. 흔히 말하는 월드뮤직의 새로운 주자들은 전통이라는 올가미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움으로 자유롭게 비상했다.

당시의 세계의 음악의 흐름은 언더그라운드 적인 문화가 오버그라운드를 집어삼킨 시대였다.

미국은 너바나의 등장으로 얼터네이티브락이, 영국에서는 모티쉬헤드같은 트립합 음악이 지하에서 전 세계의 유행 음악이 되었다.

또한, 쿠바에서는 자신들의 살사나 룸바 음악을 힙합으로 표현한 오리샤스가 나왔고 아르헨티나는 그들의 탱고 음악을 기반으로 고탄 프로젝트가 나왔다. 스페인, 프랑스의 마누 찬이나 인도, 파키스타 출신의 영국 밴드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들도 자신들의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앨범을 발매했고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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