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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철 Jan 13. 2019

<브라질 팔도유람>  
08.4 노데스치(북동부 지방)

모토 택시를 타고...

모토 택시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이 좋았다. 아기자기한 이 도시를 라이딩하는 것은 정말 좋았다. 

간혹 긴 머리를 흔들리면서 다른 모토 택시에 타고 있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좋았다. 그럴 때면 우리는 서로 약간은 수줍은 미소를 보내기도 했다.

도시에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그렇게 크게 할 일은 없었다. 그러다가 시장을 발견하면 나름대로 데이트 코스가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위인들은 동상에 대충대충 한 것 같은 눈살 찌푸려지는 낙서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버스 터미널 앞에 있는 정말 지저분한 호텔이었다. 해가 지면 늑대가 돌아다닐 것 같은 아주 위험해 보이는 지역이 아침이 되니 활력이 넘쳤다. 

사람들이 정신없이 일하러 가는 터미널 앞에 잠옷 차림으로 나와서 길거리 음식으로 아침을 먹는 것도 좋았다.

그것은 여행하는 사람의 특권이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좋았다. 

그녀와 싸우고 도저히 함께 못 돌아다니겠다 생각을 했었다.

차갑게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그녀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돌아보지 않으면 난 이대로 떠난다’라고 말도 안 되는 혼자만의 내기를 하기도 했다.

숙소에 거의 다 와서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돌아보았다.

우리는 서로 약간은 어설픈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아까의 다짐대로 그녀의 옆으로 아부하듯이 뛰어갔었다.

만일 그녀가 안 돌아보았으면 어찌 되었을까?

모 그래도 어설픈 핑계를 대고 함께 했겠지.

그렇게 콩과 콩깍지처럼 한참을 돌아다녔다.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녔고 많은 도시는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나를 돌아보던 그 모습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곳은 주앙 페소아였다. 

그 뒤로 그 도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하겠지.

왠지 혼자서는 가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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