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와 비상장투자자를 위한 산업분석하기 (5)
사실 신발이나 고무를 튀겨도 맛있다는데 닭고기를 튀겼으니 얼마나 맛있겠어요. 하지만 왜 사람들이 치킨을 좋아할까? 는 저의 분석 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그냥 좋아합니다. 이유있나요? 치킨은 그냥 옳은거지. 오히려 문과, 이과 테크트리의 종착점이 왜 하필 치킨집이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소위 한국식 치킨은 다른 나라와 달리, 또 다른 외식업과 비교하여도 매우 산업화되어 있습니다. 통계청의 프랜차이즈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치킨집 수는 약 35,000개인데 이 중 약 70%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입니다. 다른 외식업종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입니다. 한편,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평균 연 매출액은 1.3억원 수준이며, 비 프랜차이즈는 77백만원 수준입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치킨집을 여는 것은 프랜차이즈를 통해서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 테크트리의 종착점에서 선택을 도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요? 최근에는 폐업이 늘어나고 가맹점수 증가가 정체하는 등 시장이 포화되었을 것 같기도 한데 새로운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은 꾸준히 나오고, 그러면서도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본사)의 매출 증가나 영업이익률은 꽤 높은 편입니다.
http://www.bapsangnews.com/article/5902ad95671b6ab976d02b38
http://www.bigt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1
반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저가의 생과일주스 전문점은 가맹점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16년에는 1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바로 다음 해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http://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9/04/15/2019041500080.html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요?
프랜차이즈는 통상적으로 직영점포로 성공한 가맹본부(본사)가 해당 업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가맹점을 모집하여 급속도로 확장하는 모델입니다. 직영과 달리 임차료, 인테리어 등은 가맹점주가 부담하므로 가맹본부는 브랜드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고, 식당의 아이템이나 운영 노하우가 없는 점주들은 쉽게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 모델이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씁쓸하게도 IMF 등을 겪으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일정한 자본력(퇴직금 등)을 갖춘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가맹점을 운용하려는 수요 자체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현재도 마찬가지이구요.
가맹본부의 수익모델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개설수익과 운영수익입니다.
개설수익은 가맹점을 유치하는 경우 발생합니다. 본사가 수취하는 가맹비, 보증금, 인테리어비 등이 해당합니다. 이들은 대체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수익들입니다. 때문에, 신규 가맹점이 늘면 늘수록 개설수익이 늘어나고 비용은 거의 들지 않다보니(물론, 영업망 운영비용, 모집과 관련한 수수료-창업 컨설턴트 등이 있지만)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한편, 대체로 본사가 초기에 개인사업자로 시작하다보니, 회사와 개인의 분리가 느슨한, 때로는 비도덕적인 행위도 빈번했습니다. 인테리어비 같은 경우에는 본사가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에게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본사의 사장이나 특수관계인이 리베이트를 받거나 또는 직접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들이 문제가 되었죠.
운영수익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하여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대가입니다. 즉, 가맹점이 꾸준하게 영업을 지속하고, 각 가맹점의 매출이 증가할수록 가맹본부의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매월 또는 일정 주기로 상표사용 등의 대가로 받는 로열티(매출액의 일정비율 또는 정액)나 기타수익, 그리고 물류수익이라고 하는 제품매출이 이에 해당합니다. 가맹점이 영업을 하기 위하여 본사로부터 제품 또는 반제품을 꾸준히 매입하는 수익이 가맹본부 입장에서의 물류수익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개설수익 대부분은 일회성 수익입니다. 지속적으로 신규 가맹점 확보가 필요하죠. 더구나 보증금은 가맹점 해지 시에 법적으로 반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외식업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고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신규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위에 보듯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수도 들쭉 날쭉하거나 정체되기 일쑤입니다. 신규 가맹점이 없으면 개설 수익도 없습니다.
반면 물류수익은 일단 가맹점을 확보하고 가맹점의 영업이 원할히 유지되면, 본사의 매출도 꾸준히 발생합니다. 회사로서 매출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성숙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보면, 물류수익(손익계산서 상 제품매출 또는 상품매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물류수익의 가능성과 크기는 제품 자체의 특성이 좌우합니다.
즉, 치킨은 물류수익이 높은 제품 중의 하나이고, 과일주스는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때문에 치킨에는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치열한 경쟁에도 가맹점으로부터 높은 매출을 얻어내고, 과일주스는 엄청나게 성공했던 가맹본부라 할지라도 급격히 쇠퇴하는 것입니다.
치킨은 가맹본부가 생닭을 가공하여 염지(밑간)한 상태로 가맹점에 공급합니다. 가맹점은 염지된 상태의 닭을 가맹본부의 튀김가루에 입혀서 튀겨내고, 가맹본부에서 제공하는 소스에 버무려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그런데, 가맹점이 가맹본부의 물건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접 해도 되지 않을까요?
가맹점도 각각의 사업자이고, 이윤을 추구합니다. 만일 직접 염지를 할때 훨씬 경제적이라면 가맹본부의 물건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닭을 손질하고 밑간과 양념하여 재우고 보관하는 것은 불편할 뿐더러, 노력에 비하여 본사로부터 받은 매입가보다 싸지도 않습니다. 본사는 전국의 가맹점이 사용하는 닭을 다량으로 매입하므로 매입원가도 낮고 가공비용도 낮습니다. 즉,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것이지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본사로부터 물건을 공급 받는게 이득입니다.
또한, 어느 순간부터 각종 다양한 맛의 치킨이 늘어났습니다. 후라이드에서 빨간양념으로, 간장양념(교촌)으로, 또 매운맛으로, 치즈맛으로 본사는 계속해서 새로운 치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요의 창출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가맹점주가 마음대로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반제품이 아닌 다른 반제품(식자재 상, 자체 가공)을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도 기능합니다. 당장, 고객들의 클레임이 부딪힐 테니까요.
때문에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물류수익은 높은 편이며, 이들의 외형이 크고 수익성이 비교적 높은 이유입니다.
반면에 과일주스의 경우에는 주로 낙과, 상처 등으로 생과일 상태로 소비되기 어려운 과일(먹는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과일입니다.)을 얼음과 함께 잘라넣고, 시럽 등을 첨가하여 갈아내는 비교적 단순한 제품입니다. 그런데 과일은 신선도가 중요하고 공급단계에서도 폐기율이 높기 때문에 자연히 식자재상 등을 통하여 가맹점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흘러 들어온다고 합니다. 특히나, 저가형 과일주스는 아주 낮은 판매가가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맹점주도 매입가에 민감합니다. 본사가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과일을 제공하기도 어렵거니와, 또 제공하더라도 본사의 마진이 너무 박한 문제가 일어납니다. 시럽 등도 사실은 범용적인 제품이기 때문에 가맹점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맛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본사로부터 물건을 살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지요.
때문에, 과일주스는 상대적으로 물류수익이 매우 낮은 편이고, 물류수익의 대부분도 상품매출입니다. 치킨은 가공공장을 통하여 대량 매입에 의한 매입단가 축소, 낮은 가공비용으로 제품매출 시에 상당한 마진을 확보하면서도 가맹점주의 대안보다는 낮은 공급가를 달성할 수 있는 반면에, 과일주스는 대량 매입으로 매입단가를 축소하지만 가맹점주의 대안가격도 높지 않으므로 매출도 작고 마진도 작은 문제가 있습니다.
엄청난 수요가 있더라도, 그 산업에 적합한 사업 모델 또는 수익 모델이라는 것이 결합되어야만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유한)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사업 모델은 유사한 기업이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지속하는 경우가 되겠지요. 그런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여럿 출현한다면 우리는 그 산업에서 새롭게 출현하는 기업도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같은 사업모델과 유사한 분야에 있더라도, 구체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이 다른 경우에는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외식업, 프랜차이즈업이라는 큰 틀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세부적인 특성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by 투자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