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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un 06. 2019

빗소리가 특별한 집

많은 창문과 옥상과 계단과 빨랫줄 빨래집게

새벽에 태풍이 지나간다고 한다. 내 방에서 배수관에 빗물이 콸콸 흐르는 소리가 난다. 나는 조잘거리는 듯한 작은 빗소리들을 좋아하지만 내 방은 건물들에 막혀있어 빗물들이 큰소리로 지나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람은 같은 것 아니라도 추억에 관련된 다른 것을 떠올릴 수가 있다. 빗소리가 유난했던 집이었다. 나는 그런 빗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많은 창문과 옥상과 계단과 빨랫줄 빨래집게 그리고 옆집에도 창문과 옥상, 계단, 빨랫줄 같은 것들이 빗소리를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었다. 비가 오는 날은 매번 특별했다. 사실은 그런 곳에 사는 사람에게 빗소리가 그리 특별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게 나중에는 비가 오는 날마다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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