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입을 옷이 없었다.
올해 겨울 옷을 너무 많이 샀다.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있는 옷들을 정리했다. 올 가을부터 추위를 많이 탔고 예년과 다른 시간들이 허전했으며 다가올 겨울이 두려웠다. 그래서 였을까. 무의식 중에 자꾸만 코트, 패딩, 바지, 니트 할 것 없이 신발까지 골고루 사버렸다. 두꺼운 옷이 있어서 그런지 12월 초 남은 겨울이 그때보다 걱정스럽지 않았다. 또 다른 의문은 겨울옷을 많이 샀는데도 서로 어울리는 옷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기분으로 산 것들은 결국 적은 비용도 아닌데 한 번만 입고 손이 안 가는 것들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몇 해전 아주 추운 겨울이 떠올랐고 그리웠다. 아주 추운 겨울에 피는 꽃 같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