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6조(대물변제) 채무자가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본래의 채무이행에 갈음하여 다른 급여를 한 때에는 변제와 같은 효력이 있다.
오늘 알아볼 내용은 '대물변제'입니다. 한자로는 代物辨濟인데요, 직역하자면 대신 물건으로 변제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물변제란, 채무자가 채권자의 승낙을 받아서 본래의 급부가 아니라 다른 급부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현금으로는 도저히 금전채무를 갚을 수가 없어서 나부자와 협의하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고려청자로 대신 갚기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물변제는 얼핏 변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 성질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변제에 대해 처음 공부할 때, 학계의 다수설은 변제를 법률행위가 아닌 준법률행위로 본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물변제의 경우, 대체로 학설과 판례는 이를 요물계약으로 보고 있습니다(이른바 '계약설'). 여기서는 대물변제를 학계에서 '계약'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변제≠대물변제"라는 점만 주목하시면 되겠습니다. 변제와 대물변제는 그 성질이 다르지만, 대물변제에는 단지 변제와 같은 효력이 인정된다는 것이 바로 제466조의 포인트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던가요.
*요물(要物)계약은 당사자의 합의만으로는 성립하지 않고 물건의 인도 등 급부를 하여야만 성립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본격적으로 살펴볼 것이므로, 여기서는 그냥 대충 읽고 지나가시면 됩니다.
학계에서 변제와 대물변제가 다르다고 보는 주요한 근거는, 변제의 경우 변제를 하겠다는 의사를 채권자에게 반드시 표시하지 않더라도 급부의 실현으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에 비하여, 대물변제의 경우 제466조에 따라 채권자의 승낙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변제와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정준영, 2020). 의사표시가 법률행위의 본질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세요. 다만, 학계에서는 대물변제의 법적 성질이 변제와 같거나 유사하다고 보는 반대 견해도 있기는 합니다(이른바 '변제설'). 여기서는 다수 견해에 따라 대물변제는 계약으로 보겠습니다.
그럼 대물변제의 요건을 살펴봅시다.
철수는 나부자에게 1억원의 금전채무가 있었고, 그 채무를 현금으로 갚을 수가 없어 나부자에게 가보인 고려청자로 대신 갚으면 안 되겠냐 물어봅니다. 여기서 철수의 원래 채무(1억원의 빚)는 당연히 존재하고 있어야 합니다. 원래부터 채무가 없으면 대물변제를 애초에 논의할 필요가 없지요.
이 부분이 중요한데요, 먼저 본래의 채무에 갈음하여, 즉 원래의 채무를 대신해서 다른 급부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①원래의 채무와 전혀 상관없는 급부여서는 안 되고, ②말로만 준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다른 급부를 완료하여야 한다는 겁니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진 1억원의 금전채무와 상관없이 철수가 나부자에게 고려청자를 팔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이것은 대물변제가 아니라 그냥 매매계약입니다. 또 철수가 1억원의 채무를 대신하여 고려청자를 주기로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약속만 하고 고려청자를 실제로 나부자에게 넘겨주지 않았다면, 이 역시 대물변제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동산을 대신 주기로 하면 인도를 해줘야 하고, 부동산을 대신 주기로 했다면 등기까지 모두 마쳐 주어야 대물변제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 거지요.
제466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철수는 나부자에게 금전채무를 지고 있으니까,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금전으로 1억원을 갚는 것)을 하는 것이 원래 당연한 거고 고려청자로 갚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채권자인 나부자가 OK 한다면, 철수가 돈 대신 고려청자로 빚을 갚으려는 것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부자의 승낙이 없는데도 고려청자를 가져다준다면 그건 채무불이행이지요.
위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대물변제가 있게 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요? 제466조에 따르면, '변제와 같은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즉, 채권이 소멸하게 됩니다. 철수가 나부자의 승낙을 받아 가보인 고려청자를 건네주면, 철수에 대한 나부자의 1억원 금전 채권은 소멸하는 것입니다. 철수는 빚을 다 갚은 것이 됩니다. 여기서 고려청자가 실제 감정 평가를 해보니 1억원이 좀 안 되는 9,000만원 정도였다고 해도 철수의 빚이 1,000만원 남고 그런 것은 아니고요, 채무 전부가 소멸하게 됩니다.
*대물변제에 대해서는 넘겨준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담보책임이 성립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이것은 대물변제가 유상계약인지 여부와도 관련된 것으로, 아직 담보책임과 유상계약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으므로 지금 단계에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실무에서는 대물변제보다도 더 많이 사용되는 '대물변제의 예약'이 있는데, 이 부분도 당장 다루기엔 내용이 길기 때문에 역시 일단 그냥 지나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대물변제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다시 '변제'로 돌아가서, 변제의 장소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4(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50-51면(정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