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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 Sep 21. 2021

아이를 낳는데, 약물을 쓴다고요?

유도분만의 진행에도 순서가 있다 - 프로페스 질 서방정과  옥시토신 주사

양석형(김대명 분)은 율제병원 산부인과 의사다. 그가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은 수술실, 그리고 가끔 친절한 곰돌이 미소를 탑재한 외래에서 진행된다. 산과는 임신을 진단, 유지, 종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함께 하는데, 대개 임산부 환자의 약물치료 시 그 위험성을 판단하는 FDA 및 호주의 criteria를 논의할 때를 제외하곤, 약물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 그리고 늘 그렇듯 수술을 위주로 하는 과답게 테이블 미팅이 그날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다.

평화로운 율제병원 산과의 아침 - 입원환자, 대부분 분만 또는 수술(C/Sec) 예정인 환자들이라 아침의 테이블 미팅이 하루를 여는 행사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날의 방송 분량에서도 삼투성 하제로 임산부 , 성인 환자의 변비 치료에도 많이 쓰이다 보니, 엠지오를 처방했습니다 하는  까지는 알아들었는데, 그다음 등장하는 약물들은 아주 가끔 내어주던 약물이다 보니, 성분명으로는  낯설어서,  약이 뭐지 하는 마음에 찾아보게 됐다. 인덕션을 위해 입원한 정시은 산모, 라는 말에서 유도분만에 쓰이는 약이구나 까지는 추정했는데, 부모님의 뜻에 따라 산부인과에 지원했지만, 여전히 적응을 하지 못해 쭈뼜거리고 있는 R1 기은미(이도혜 분)선생님, 덕분에 어제 투약한 약물이 "디노프로스톤"임을 알게 됐다.

디노프로스톤은 성분, 자궁경부숙화제(cervical ripening)는 기능. 상품명은 프로페스 질서방정. 한국엔 한 회사만 유통중(ⓒ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유도분만이란 말 그대로 분만을 유도하는 것인데, 자발적인 분만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임신을 종결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궁 수축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유도분만으로 인하여 산모나 태아의 이득이 임신을 지속하는 경우의 위험성보다 큰 경우에 시행한다. 이러한 유도분만은 현대 산과 영역의 중 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모든 산모의 약 20%에서 지연 임신, 조기 양막 파수, 전자간증, 임신성 당뇨, 양수과소증, 태아 발육지연 등으로 인해 유도분만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숙화가 되지 않은 경관 (Bishop 점수 5)을 가진 임산부의 경우에 유도분만 실패의 가능성이 높아 성공적인 분만을 위해서는 유도분만 전 자궁경관의 숙화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현재, 자궁경관 숙화와 자궁수축을 증가시키기 위해 널리 쓰이는 약물이 프로스타글란딘 E2 제제로, 디노프로스톤이 이 계열에 속한다.

Bishop 점수 체계 - 출처 : Up to date
컨트랙션 걸렸고, 경부는 3cm 열려. 우물쭈물, 기은미 선생님은 아직도 자신이 없다. 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어젯밤,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도분만이 필요해진 산모는 병원에 내원을 했고, 내원 목적이 분만 유도였기에 바로, 프로토콜에 따라 유도분만을 위한 조치를 진행했다. 비숍 점수에 따라 현 상태를 진단하고, 경부 숙화를 위해 약물 투여가 실시된 것이다. 왜 디노프로스톤을 투여했을까. 유도분만을 위해 사용하는 자궁 숙화의 장치는 풍선 카테터로 대표되는 기계적 방법과, 프로스타글란딘을 사용하는 약물 요법이 있다. 카테터와 비교할 때, 약물 사용의 이론적 이점은 프로스타글란딘이 자궁 수축을 촉진하기 때문에 분만의 확대 또는 유도를 위한 옥시토신의 필요성이 감소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프로스타글란딘 사용의 이론적 단점은 과도한 자궁 활동의 가능성이 있어 태아 심박수(FHR)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디노프로스톤 사용으로 경부가 3cm 열리고, 진통이 걸린 정시은 환자는 분만의 진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이다.

옥시토신 안 줘도 되겠다. 옥시토신은 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feat. 생물시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옥시토신은 분만 시 분비되는 자궁수축 호르몬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옥시토신은 합성 옥시토신으로, 이와 유사하게 만들어 분만을 유도하기 위해 주사로 투여하는 약물이다. 합성 옥시토신의 투여는 가장 일반적이고, 또 과학적으로 입증된 진통 유도 방법의 하나다. 궁극적으로 자궁경부 숙화 이후에도, 진통과 자궁수축이 시작되지 않는 다면, 분만을 유도하기 위해 투여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정시은 모처럼, 자궁경부숙화제로 디노프로스톤 투여 시에는 겔 형태는 최종 투여 후 6~12시간이 지났을 때, 삽입물을 제거한 후 30분이 지났을 때, 현재 국내에서는 오프라벨로 쓰이고 있는 미소프로스톨 투여 후 4시간이 지났을 때, 옥시토신을 투여할 수 있다.  

옥시토신 주입 프로토콜의 예시. 이 프로토콜은 병원이나 임상의의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 출처 Up to date

유도 분만에 쓰이는 두 가지 약을 살펴보면,

디노프로스톤은 국내에서 딱 한 회사, 페링제약이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2006년 허가되었는데, 국내에서 이미 제네릭 제형이 나올 시기이지만, 현재 제네릭 의약품이 생산 또는 유통되고 있지는 않다. 투여 방법은 상당히 복잡한데, 대개 부인과 의사에 의해 투여되기에 환자나 보호자가 이를 직접 시행할 까닭은 없다.

해당 질정 내의 디노프로스톤의 함량은 10mg으로 12시간에 걸쳐 0.3mg/hr이 방출되도록 고안되어있다. 프로페스 질서방정은 분만이 개시되거나 삽입 후 12시간 이내에 제거되어야 한다. 사용 전에는 영하 20도~ 영하 10도의 냉동고에 보관되어야 한다. (쓰다 보니, 산과 병동의 비치약으로, 응급 오더로 올려 보냈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10년 전이라 가물가물하지만, 프로페스 VAG TAB을 처방지에서 본 기억이 이제야 난다)


이 약의 투여방법은 아래와 같고,

삽입  
1. 이 약은 사용 직전에 바로 냉동고에서 꺼내야 한다.
2. 펫사리를 손가락 사이에서 잡고 소량의 수용성 윤활제를 사용하여 후부 원개(fornix) 안으로 세워서 밀어 넣는다.
3. 펫사리가 제자리에 들어갔으면 후부원개에서 가로질러 위치하도록 90°각도로 돌린다.
4. 제거가 가능하도록 끈을 질 밖으로 충분히 확보해 놓고 나머지는 가위로 자른다. 이때 제거가 어려워지므로 무리하게 끈을 질 속으로 밀어 넣지 않는다.
5. 삽입 후 펫사리가 팽창하도록 20-30분간 가로누워 있는다.

PGE2는 12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방출되므로 일정 간격으로 자궁수축과 태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제거 방법이다.

1. 프로페스(Propess)는 제거끈을 부드럽게 당김으로써 빠르고 쉽게 제거된다.
2. 자궁경부숙화에 이르렀다고 판단되거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약물 투여를 중단하기 위해 프로페스를 제거한다.(분만이 개시되었을 경우/자연 혹은 인공적인 막의 파열/자궁  과도 자극이나 과긴장성 자궁 수축이 예상되는 경우/태아곤란증인 경우/ 모체에서 오심, 구토, 저혈압, 빈맥과 같은 모체에 대한 전신성 PEG2 이상반응이 발생한 경우/정맥주사로 옥시토신을 투여하기 30분 전)


옥시토신은 프로페스보다 훨씬 빠른 1963년에 한국에서 허가된 약물이다. 기본적으로 자궁 수축을 위해 쓰는 약물인데, 사용 가능한 경우의 수는 분만유도, 진통 미약, 분만 후 출혈, 이완성 자궁출혈, 자궁 퇴축 부전, 제왕절개술(태아 만출 후), 유산, 인공임신중절 등이다.


많은 용법 중에 유도분만에 쓸 경우에는 점적 정맥주사, 흔히 링거액에 혼합해서 투여하는 형태로, 옥시토신으로서 보통 5-10 단위(IU), 즉 1~2 ample을 5% 포도당 주사액 등에 혼합해서, 점적 속도를 분당 1~2 밀리 단위(mU)로 시작해 진통 상황 및 태아 심박을 관찰하면서 증감하되, 그 속도는 분당 20밀리 단위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프로페스와 옥시톤, 복지부분류 상 252의 자궁 수축제다. - 출처 킴스온라인

두 가지 약물은 모두, 분만 과정에서 호르몬 피드백에 따라 적절히 조절되는 것이 아니기에, 태아의 심박수를 기기 등을 이용해서 일정 시간 동안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통상적인 분만의 진행과 다르니까.


그리고 이 환자는 아마도 초산모, 또는 이전에 제왕절개 경험이 없는 경산모인가 보다. 왜냐하면 디노프로스톤은 과거 제왕절개 경험 또는 자궁 수술 이력이 있는 산모의 만삭 유도 분만에서는 금기이기 때문이다.

지금 인덕션 중인. 인덕션은 산과에서는 유도분만, HMO에서는 관해 유도 요법, 과에 따라 같은 옷 다른 느낌 같은 기분이다.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유도분만 과정에서 태아 심박동 변화에 유의해야한다고 했던가. 역시 최고의 산부인과답게, FHR을 모니터링하던 과정에서 태아의 심박수 이상이 확인되었고, 이를 확진하기 위해 전공의 추민하(안은진 분)가 뛰어간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심박동 이상이 정상 범위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는 응급이다.

정시은 산모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응급분만에 들어가야 할 듯. 외부를 향해있는 저 모니터가 신경 쓰이는 건 구 병원 종사자의 아찔함인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제는 곰곰이들, 양석형(김대명 분)과 추민하(안은진 분)의 콤비 플레이가 빛을 발할 때.  분만장에 들어갈 때엔, 제왕절개도 고려를 했겠지만, 질식 분만에 성공한 것을 보면, 아마 이때 옥시토신을 쓰지 않았을까. 둘의 콤비 플레이로 아이는 결국 탯줄을 세 바퀴나 목에 감고 있었지만, 무사히 태어났고, 은미 선생님은 이 기쁨을 맛봐서일까. 말을 찾았다. 아마 그녀의 후반기 1년 차 생활은 지금과는 부쩍 달라지지 않을까. 교수인 양석형이나 선배인 추민하 이상으로 산과일을 사랑하는 의사가 되지 않을까.

병원에 다니던 때, 선생님 산과 왜 하세요? 분만실 힘들지 않아요? 하면, 아기가 온갖 고난 다 이기고 앙 우는데, 그 순간이 마약 같아서 라고(ⓒ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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