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야구
연이은 혹사 논란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이번 시즌부터 고교 야구에 세분화된 투구수 제한을 도입했다. 본래 의무 휴식일 없이 한 명의 투수가 한 경기에서 130구 이상 던질 수 없다는 것이 규정이었으나 올 해부터 최대 투구수를 105구로 줄이고 투구수의 구간을 정해 의무 휴식일의 수를 나누었다. 비록 의도 자체는 어린 투수들의 어깨를 보호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규정의 단점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빠듯한 일정 탓에 어렵게 진출한 팀이 준결승과 결승의 상위 라운드에서 주축 투수가 나오지 못해 팀이 허무하게 승리를 내어주기도 할 뿐 아니라, 고교 선수들에게 다시는 없을 지도 모르는 전국 대회 최상위 라운드에서의 등판 기회를 빼앗아버렸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주축 투수의 등판 불가는 경기력의 저하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세 번의 결승전에서 양 팀의 에이스 선수가 등판하는 경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황금사자기에서 대구고는 대회 내내 단 1점 만을 실점한 김주섭을 등판시킬 수 없었고, 청룡기에서 동성고는 KIA 1차 지명자 김기훈을, 포철고는 3학년 투수 이준과 이형빈을 투수로 가동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 열린 대통령배에서, 경기고는 넥센 1차 지명자이자 팀의 에이스인 박주성이 경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에이스가 나오지 못한 네 팀 중 세 팀, 그 중 두 팀 중에서는 어떻게든 승자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투구수 제한이 대회를 지배했다는 것이 과언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대회 규정은 3학년 투수들이 어쩌면 마지막일 지도 모르는 전국 대회 결승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장충고 에이스 송명기는 이 날 60구 이상을 던지면서, 청룡기를 8강에서 마감해야 했다.
투구수 제한 규정을 철폐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개선 및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투구수 제한의 문제점은 투수를 출장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반면, 일정은 투구수 제한이 없던 시절과 같다는 것이다. 토너먼트 대회에서 8강과 준결승, 결승이 사흘 내지는 나흘 만에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투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일정을 바꾸는 것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나는 수정된 투구수 제한을 제안한다. 일일 최대 투구수는 105구로 하되, 투구수 제한의 구간을 늘리는 것이다. 기존 30구 미만에 한한 연투 가능을 45구 미만으로 늘리고, 30-45구 1일 휴식 구간을 45-75구로, 45-60구 구간을 75-105구로 늘리거나 8강부터 투구수 규정을 철폐하는 것이다.
투수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한 현재의 투구수 제한 규정은 고교 선수들의 꿈을 고려하지 않았다. 고교 선수들이 인생에 한 번인 고등학생 시기에만 참가할 수 있는 전국 대회에서 미련이 남지 않게 해주는 것 역시 협회가 해야 할 일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새로운 규정이 도입된다면 시행착오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만 시행착오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제시되어야만 한다. 협회가 다음 시즌 개선된 규정을 통해 보다 고교 선수들의 미련과 아쉬움을 해결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