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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Mar 21. 2022

[김학선 박사의 핫플]당진 아미미술관

3월의 한산한 월요일 오전, 꽃지 해수욕장에 있는 리솜 아일랜드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해 당진에 있는 아미미술관에 왔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인지 여기저기 빗물이 고여있는 흙마당은 한바탕의 폭우가 지난  같이 깊게 파였고 불어오는 비바람에 한적한 미술관은 다소 을씨년스러웠다.


입장권(1 6,000) 내주는 젊은 직원이 "우산은 출입구 중앙에 두시고... 뭐는 어떻게 하시고... 등등 " 듣기 어려운 작은 목소리로 여러 당부사항을 말해주는 순간  머릿속을 심히 구속했던지 미술관의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한  우산을  중앙 출입구만 찾고 있었다. 나는 가끔 소심한 성격으로 순진하고 모범적일 때가 있다. 특히 외부 공연시설이나 박물관에 가면...


미술관은 아주 작은 초등학교 폐교를 재활용했다고 한다. 오래전에 건립된 건물이라서 조금은 누추하고 허름하지만 고즈넉한 산골느낌이 나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허름한 벽면에는 녹색 음지식물들 위에  "Ami Art Museum" 이라고 글자를 덧붙여 이곳이 미술관이라는 곳을 알리고 있다.


관람객은 평일이라서 별로 많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몇몇 안 되는 관람객들 얼굴에서 소담스러운 행복감이 묻어있는 것 같았다. 나도 미술관 입구부터 핑크색 나무와 깃털로 설치한 설치 미술품에 바로 압도되면서 일순간 몽환적인 채색감과 화려함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의 정원...모두의 정원

눈으로 보면서도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어린아이 마냥 무척이나 행복했다. 벽면에는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 박기호라고 전시회의 주제와 전시작가 이름을 밝히고 있다.


"참 아이디어 좋다"하며 아내에게 눈으로 동의를 구했는데  아내는 별 말없이 유심히 구경하면서 신기해하는 눈치이다.  

비가 내리는 미술관... 문득 운치 있는 곳에 아내와 함께 멋진 미술작품을 보고 있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여기 오려고 서울에서 당진까지는 못 올 듯... 지방에서 올라오다가 들린 것은 참 잘한 것 같아"하고 아내의 눈을 보면서 말했다.

마치 "잘 왔지? 나 좀 칭찬해줘?"라고 투정 부리는 아이처럼...


미술관에는 깃털과 나무를 이용한 설치미술 말고도 몇몇 화가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으며 이번 주제는 "맛있는 미술전"이다.

얼마 전 스페인 마드리드 레티로공원에 있는 벨라스케스궁전(레이나 소피아미술관 별관)에서 전시되었던 일본 작가 테츠야 이시다의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여기 미술관에도 작가는 다르지만 유사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맛있는 미술관전

나는 미술관내 복합문화공간(메종 드 아미)에 가서 사고 싶은 것이 있나 하고 들어가서 여러 굿즈를 살펴보던중 여러 작품들 옆에서 한가롭게 잠에 빠져 있는 뚱뚱한 고양이를 발견하였다. 아마 미술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고양이들이 작품들과 함께하는 귀한 가족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메종 드 아미 2021 아미마켓전

아직도 비가 많이 내린다. 나는 아내와 미술관 앞마당(초등학교 운동장) 끝에 있는 한 카페는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또 하나의 작은 미술관 같았다.

카페 이름은 "지베르니". 나는 아메리카노와 재스민차를 주문하면서 카페 이름을 보면서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하고 나도 모르게 내뱄었다. 아내와 프랑스 여행시 가본 지베르니라는 마을에 있는 모네의 정원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정말 분위기도 조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오는 모네의 정원과 수련...


여기 미술관도 카페 옆에 작은 연못이 보였는데 좀 더 크게 만들어서 정말 유사한 모네의 정원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지베르니 카페

차를 다 마시고 카페 문을 나설 때 카페 주인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나는 주인의 첫인상을 보면서 혹시 이 미술관 가족분이 아닌가도 생각했다.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꽃꽂이로 카페를 가꾸는 모습이 일반직원 같지는 않았다.


아내는 미술관을 떠나면서 "미술관의 콘텐츠가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하면서 "좀 부럽네... 이런 곳에 이런 미술관을 지울 생각 하다니..." 부러운 듯 이야기하는 아내의 말을 들으며 아미산 주변에 있는 아미 미술관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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