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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Feb 23. 2019

왕들의 온천, 체코의 카롤로 비바리

체코 여행

 인천공항에서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여 13시간 만에 오후 8시 50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마치 약 7시간 걸린 것 같지만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서 현지 시간이다. 아직 해가지지 않은 저녁시간이다. 정말로 공항에 도착하여 담배 한 개비 피워볼 시간 없이 버스에 바로 탑승하여 체코로 향했다. 차창밖에는 친근하지 않은 독일어로 표시되어있는 이정표를 보면서 잘 정리되어있는 들녘을 바라보며 조금은 들떠있는 나의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약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이 독일의 국경 근처에 있는 유명한 온천도시인 카롤로 비바리(Karlovy Vary)에 도착했다. 바로 짐을 들고 호텔로 들어가서 긴 여정의 지친 심신을 풀었다. 서울 집에서 출발하여 이 호텔까지 걸린 시간은 약 24시간이 필요했다. 샤워를 해도 잠에 들지 못했다. 앞으로 9일간 동유럽이라는 국가를 여행할 생각에 첫  밤을 설치고 있었다. 여행 전 바쁜 업무와 일상생활 속에서 최소한의 여행 일정을 스크린조차 못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 들어보는 카롤로 비바리라는 도시에 무작정 온 기분이었다. 호텔방에서 이 도시의 지도를 펼쳐보았으나 체코어로 쓰여있는 지도를 해독할 수 없었다. 학교 다닐 때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가 이름에 익숙했고 10년 전 드라마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프라하의 연인’에서의 사랑이야기, 소련에서 독립하려다 실패한 ‘프라하의 봄’ 이야기가 전부인 나는 아름다운 온천도시인 카롤로 비바리에 있는 나 자신이 좀 신기했다. 밖에 나가서 저녁의 공기를 맡아보았다.

새벽시간이라 사람조차 보이지 않은 적막한 아드리아호텔 앞 도로에서 깊은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잠을 설쳤다. 머리가 무거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호텔 주변을 걸어보았다. 아침의 풍경은 낯설었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호텔 주변을 다시 한번 걸었다. 아주 작은 도시라 아주 조금만 걸었다. 아껴보고자 하는 마음이었을까?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우선 온천수를 받아먹을 수 있는 콜로나다(Kolonada)가 있다.

원래 기둥이 나란히 늘어선 열주를 뜻하는 말이다. 카롤로 비바리에서는 온천수가 나오는 자리에 이 열주들 위로 지붕을 올려 정자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아래 모여 온천수를 마시곤 했다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총 15개의 각기 다른 맛의 온천수를 먹어보고자 온천수 전용컵을 구입하여 순서대로 먹어보려 했으나 그 온천수의 철분 성분이 많은 미지근한 온천수를 먹기에는 다소 힘들기까지 하였다. 현지인들이 콜로나다 앞에서 홀로 독서하거나 친구들과 잡담하면서 온천수를 마시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였으나 나는 도저히 자연스럽게 먹을 수 없었다. 나는 자메츠카 콜로나다에서부터 믈린스카, 트르즈니, 브리델리, 사도바 콜로나다 순으로 온천수 탐방을 하였다. 14세기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4세가 사냥하다가 발견하여 황제의 휴양지로 유명한 카롤로 비바리를 방문하여 콜로나다에서 “건강하세요”하며 온천수를 떠주는 아내의 사랑과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의 효험을 기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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