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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Feb 22. 2019

오붓한 로마의 밤나들이

이탈리아 여행

우리 가족은 로마에 도착한 후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테르미니역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장시간  충분한 수면을 취한 덕분인지 에너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로마의 지하철은 2 개선이 A, B로 X자 형태로 되어 있어서 목적지에 맞게 잘 보고 타야 한다. 우리 가족은  Colosseo역을 가기 위해 메트로 B선 플랫폼으로 갔다. 지하철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탑승했는데 모두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듯하다. 관광객들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아 보였다. 좌석에 앉아 있거나 서서 가는 사람들 얼굴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좋은 나라 사람들도 퇴근할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무표정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빨리 콜로세움을 보고 싶어 마음이 급했는지 계단에 오르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빨랐다. 콜로세움 역에 나오자마자 여러 색깔의 조명이 비춰주는 콜로세움에 도착했다.




 "아! 저것이 말들만 듣던 콜로세움이구나"하며 순간 탄성이 나왔다. 12시간 비행기 타면 오는 곳인데... 내 눈앞에 사진이나 TV에서 보던 콜로세움이라니... 다소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몇몇 현지 데이트족 이외에는 모두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 같았다. 나는 눈이 아플 정도로 콜로세움을 쳐다보면서 내 아내와 두 딸의 모습을 살폈다.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지우면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이틀 후에 다시 콜로세움을 찾을 계획이 있었다. 서울에서 미리 콜로세움, 팔라티노 언덕, 포로 로마노 통합입장권(1인당 14유로)을 인터넷으로 구매하였다. 이 입장권은 콜로세움 내부를 관람할 수 있고 주변에 있는 유적지를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나는 아쉽지만 오늘은 밖에서 야경만 보고 이틀 후에는 내부로 입장해서 자세히 관람할 수 있다는 계획을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면서 다른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 가족은 버스정류장에서 스페인 광장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걸어서 갈 수 있었지만 늦은 저녁시간으로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가 도착한 스페인 광장에는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 있었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사람들과 중동 사람들, 유럽 사람들 아마 전 세계인들이 모두 모여있는 것 같았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잘 알려진 스페인 광장은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나는 휴가을 마치고 귀국 후 1953년에 개봉한 '로마의 휴일' 영화를 보면서  그 당시 분위기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광장에 127개 계단에 빼곡히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모두들 여기에 한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영화 속과 달리 계단에서 젤라토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 딸들은 '맥도널드 커피'를 사러 갔다. 

나는 커피를 기다리던 중 제3국인으로 보이는 잡상인이 꽃을 팔고 있었는데 나에게도 넌지시 권했다. 나는 순간 손사래 치니깐  그 잡상인이 기분이 안 좋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욕지거리를 하고 간다. 나도 참으로 어이없어 뭐라고 하고 싶었는데 아내가 말린다. "자기 너무 오버한 것 아냐?" 마침 딸들이 기분 좋게 웃으면서 커피를 사 왔다.  나는 분이 덜 풀렸지만 딸들이 사 온 따듯한 커피를 먹으면서 유적지 아닌 관광지에서 행복감에 빠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해밝은 얼굴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

        




계단 밑에는 배 모양의 분수가 있는데 홍수 때 이곳까지 떠내려온 배를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몇몇 어린아이들이 분수 물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 같았다. 천진난만한 아이들도 이곳에서 자기만의 행복을 찾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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