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하며 느낀 여러 감정들이 나를 도와준 이야기
들어가는 글:
매일 밤 마음챙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하루를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며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네' 나를 토닥토닥해준다.
8월부터 마음챙김하며 느낀 것을 글로 기록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 글은 유학 생활을 하며 느낀 쓸쓸함과 외로움, 부러움에 대한 이야기.
내 마음을 글로 풀어내며 고민이 많았다.
어디까지 솔직하게 써야 할까,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논리적인 구성을 만들게 되는데
논리적이지 않은 감정 변화를 어떻게 구성에 맞게 써야 할까,
내 배경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까.
무더운 여름날 베를린 셰어하우스 발코니에 앉아 글을 시작했다.
한 번 쉬고, 저녁에는 방문 앞에 앉아 글을 이어갔다.
다음날 아침 마지막으로 글을 수정한 후 발행 버튼을 눌렀다.
매일 밤 마음챙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모임에서는 감정에 대한 문장을 읽고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감정과 생각을 모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눈다. 마지막으로 바디 스캔 명상을 한다.
기억에 남는 감정 지혜 문장을 소개해 본다.
"감정은 나의 적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려는 친구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세요.
주말에 다녀온 워크숍이 떠올랐다. 한국인과 독일인이 참여한 워크숍이었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즐겁게 대화하며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꼈다. 감정 지혜 문장을 보며
'지난 주말 동안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꼈는데, 적이라고 부를만한 부정적인 감정이 있었나?'
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불편한 감정이 있었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이었다. 워크숍에서 만난 어떤 사람이 부러웠다.
워크숍 기획·운영팀 한국 사람이었다. 워크숍을 주최한 단체에서 나도 2년째 활동하고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독일인 남자친구와 함께 활동하는 것 같았다. 나는 처음 이 단체에 들어왔을 때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인은 거의 없었고 독일인들은 이미 친한 친구들 그룹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어떤 팀에서 활동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1년 반 정도 활동하고 나서야 친한 친구들이 생기며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다.
독일인 남자친구 덕분에 빨리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아 보이는 그 사람이 부러웠다.
'나도 이 단체에 처음 왔을 때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더 편안하고 쉽게 적응할 수 있었을 텐데.'
이 부러움은 독일 생활을 하며 때때로 느끼는 감정이기도 했다.
'해외 생활하며 어려움이 많은데, 삶을 수월하게 살 수 있도록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독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부러움 아래에 있는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눈을 감고 바디스캔 명상을 하며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았다. 부러움 아래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를 어떻게 보호해 주었을까? 처음 독일에 왔던 순간이 떠올랐다. 쓸쓸함과 소외감, 외로움, 우려스러움, 어색함이 느껴졌다.
나는 홀로 독일에 왔다. 독일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엄마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친척을 소개받았다. 독일에 처음 온 날 그분 집에서 하룻밤 자고 어학원에서 소개해 준 숙소로 갔다. 독일 생활에 대한 설렘과 기대도 있었지만 낯섬도 컸다.
어학원에서 배우는 독일어는 정말 어려웠다. 한국에서 독일어를 3개월 동안 배웠음에도 독일인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어학원에서 친하게 지내던 중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자연스러운 독일어를 구사했다. 친구에게는 독일인 남자친구가 있었고, 남자친구의 가족과 함께 살며 매일 독일 원어민과 대화한 덕분인 것 같았다. 친구는 어학원에서 배우는 딱딱한 독일어가 아니라, 놀라움의 표현이라든지 문자 할 때 사용하는 일상생활 표현을 잘했다. 친구 집에 놀러 간 날 독일인 남자친구와 그의 부모님을 만났다. 따뜻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묘한 쓸쓸함을 느꼈다. 한국에 있는 가족이 생각났다. 그때는 몰랐지만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한겨울 추운 날씨까지 더해져 쓸쓸하기도 했다.
부러웠던 사람이 또 있었는데 독일에 고모가 있는 한국 친구였다. 친구의 고모는 1970년대 간호사로 이민 와서 오랫동안 독일에 살고 계셨다. 그 친구는 고모 덕분에 어릴 때 독일에 와본 적이 있었고 독일 문화도 잘 아는 것 같았다. 나는 어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우는 것도 벅찬데, 친구는 평생교육원에서 미술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독일 친구를 만들어나갔다. 나는 한국 친구와 중국 친구가 부러웠다. 독일에서의 삶을 든든하게 지원해 주는 가족과 독일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당시 나는 독일어에 대한 압박감이 많았다. 독일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 독일어 시험 점수가 필요했는데 그 시험이 매우 어려웠다. 2년 동안 독일어를 공부하고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서 한국에 돌아가는 사람이 많을 정도였다. 내가 독일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 독일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지, 독일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웠다.
감정은 어떻게 나를 보호하는 친구가 되었을까?
홀로 독일 생활을 시작하며 느낀 쓸쓸함과 외로움, 독일 생활을 잘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스러움, 독일인과 같이 살며 자연스럽게 독일어를 배우는 친구를 보며 느낀 부러움이 어떻게 나를 보호해 주는 친구가 되었을까?
감정은 신호라고 한다. 내 마음이 나에게 신호를 보냈던 것 같다.
'나 외롭고 쓸쓸한데 마음을 돌봐줘. 친구와 가족이 필요해.'
'낯선 독일에서 잘 적응하고 살 수 있을지 우려스러워. 누군가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 줄래?'
'나도 자연스러운 독일어를 말하고 싶어. 사실 나는 독일어가 참 좋거든. 잘하고 싶어! 또 독일 대학에서 공부하려면 독일어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 독일어 잘할 수 있게 독일인과 사는 셰어하우스 알아봐 줄래?'
'외로움과 소외감, 쓸쓸함'을 느꼈기에 내가 좋은 인연을 만들고 가꿀 수 있었을 것이다. 고마운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감정들은 내가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그 사람과 인연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했을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특별한 의도가 있지는 않았지만 감사한 분들께 꾸준히 연락을 드리며 인연을 가꾸어나갔다. '독일 생활에 대한 우려스러움'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도와주었을 것이다. '독일인과 사는 친구들을 보며 들었던 부러움'은 나도 독일 사람과 살며 자연스러운 독일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이다.
독일 생활을 돌아보면: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신 '엄마의 아는 분의 아는 분의 친척'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꾸준히 연락을 드렸다. 안부 인사를 드리고 명절 인사를 드리고, 고민이 있을 때는 고민 상담도 했다. 꾸준하게 연락하다 보니 어느 날 그분이 말씀하셨다. "내 조카 하자. 나를 고모라고 부르렴." 두 다리 건너 알게 된, 사실은 모르는 분이었던 분과 고모-조카 사이가 되었다.
독일 가족이 생겼다. 대학 OT에서 독일 가족과 외국인 학생을 연결해 주는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인 아빠와 프랑스인 엄마를 만났다. 두 분 집에 초대받아 집밥도 먹고, 연주회와 여행을 가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상사와 문제가 있었을 때에는 독일 아빠의 조언을 얻기도 했다. 졸업하고도 꾸준하게 연락드리고 만나고 있다. 한국 부모님이 독일에 놀러 오셨을 때 독일 프랑스 부모님 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독일어를 익히기 위해 독일 친구들과 셰어하우스에 살았다. 덕분에 어학원이나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일상 독일어를 배울 수 있었다. 언어뿐 아니라 맛있는 독일 음식 레시피와 독일인이 즐겨하는 보드게임도 배웠다. 함께 사는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기도 했다.
쓸쓸함과 외로움, 소외감, 우려스러움, 어색함.
이 감정들이 친구가 되어 나를 보호해 주었구나.
해외 생활을 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구나.
쓸쓸함과 외로움, 소외감, 우려스러움, 어색함. 이 감정들이 친구가 되어 나를 보호해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외 생활을 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독일에서 나만의 가족을 만들고 친구를 만들며 독일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음챙김 모임이 끝나고:
평소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나도 모르게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어버리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부러움이라는 감정에 머무르며 그 감정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나를 어떻게 도와주고 보호해 주려고 하는지 알아차려 보았다. 주말 동안 워크숍에서 그 사람을 부러워했던 감정을, 그 아래 오랫동안 있었던 외롭고 쓸쓸했던 마음을 따스한 마음챙김의 빛으로 비추어 주었다. 외롭고 쓸쓸했던 마음이 눈이 녹듯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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