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나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스물다섯 살의 나야, 안녕?
너는 지금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어학원을 다니며 독일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겠구나. 새로운 전공을 시작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말이야. 나는 2024년에 살고 있는 미래의 너란다. 스물다섯 살인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로 써보려고 해.
스물다섯 살 나야, 나는 네가 무엇을 하든지 응원해. 너는 전공을 바꾸는 게 좋은 선택인지 고민이 많을 거야. 미래가 불확실하게 느껴지고 음악이랑 헤어지는 게 슬플 거야.
너 자신을 믿어봐.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용기 있고 멋진 아이란다. 너는 치열한 고민 끝에 독일에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시작하게 될 거야. 사실 너는 사회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한단다.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도 잘 모르고, 정치에는 관심도 없지. 또 독일 대학에서 얼마나 이론적으로 사회학을 배우는 지도, 통계학을 어마어마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를 거야.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한국 대학에서 들었던 유엔 기구와 평화에 관련된 강의, 세계 경제 수업, 다문화 수업이 재미있었기에 사회학을 선택했을 거야. 이 내용은 네가 독일 대학에서 사회학 이론 수업과 통계 수업에서 허우적대다가 졸업이 다가올 즈음에나 들을 수 있는 수업이란다. 독일과 유럽 사회 역사를 몰라서 전공 수업 시간에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느껴질 때도 있을 거야. 그래도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되니까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단다.
사회학은 너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이 되어줄 거야. 한 사회를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되지. 나는 사회학이 사회를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학문이라고 생각해. 다정하게 (때론 비판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다 보면 너는 언젠가 너 자신을 다정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거야. 사회현상을 분석하듯 네 마음과 생각과 감정을 분석하게 되지. 분석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는 않을 거야. 괜찮아. 분석을 시도해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는 너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거거든. 너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음악을 그만둔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지? 너 자신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악기와 헤어지는 게 슬프기도 하고. 그런데 있잖아, 새로운 전공을 시작하는 게 음악과 이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더라. 사회학을 공부하다 보면 음악과 만나게 되는 순간이 올 거야. 너는 학사 논문을 음악교육에 대해 쓰게 되거든. 이때 너는 음악을 했던 시간과 사회학을 공부한 시간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거야.
학사 논문을 쓰는 시기에 버스에서 사고가 날 거야. 처음에는 별로 아프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정형외과 진료와 물리치료를 받게 될 거란다. 이때 많이 좌절하게 되지. 너는 너 자신을 잘 돌봐줄 거야. 어쩌면 버스 사고는 몸이 '우리 조금 쉬어가자’라고 말을 건네는 것인지도 몰라. 너는 잠시 쉬면서 네 몸과 마음을 돌보게 되거든. 요가와 명상, 아침 기도를 시작하지. 느리지만 큰 변화가 일어날 거야. 네 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될 거야.
스물다섯 살 나야. 내가 항상 네 곁에 있을게. 무엇이든 해보렴. 응원할게. 그리고 정말 고마워. 네가 한 선택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어. 나는 오늘 좋은 하루를 보냈어. 내게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 주어서 고마워.
우리 또 만나자!
2024년 베를린에서 내가
25살, 음대 졸업생이었던 나는 사회학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