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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환 Aug 03. 2019

24시간 누군가 있다는 것

 밤 뉴스 팀인 내 출근시간은 오후 4시다. 인사이동 전 검찰청에 출입기자로 있을 땐 오전 7시까지 갔으니, 출근이 무려 7시간이나 늦어진 거다. 물론 퇴근도 자정쯤으로 늦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 24시간 뉴스를 하기 때문에 뉴스편집부는 다섯 개 팀으로 돌아간다.

1부는 새벽과 아침 뉴스. / 2부는 낮 뉴스 /

3부는 오후 뉴스/ 내가 속한 4부는 밤 뉴스/

야근 전담팀.   


 정해진  자리는 없다. 앉은자리에서 컴퓨터를 켜면 자기가 일할 곳이다. 하지만 인간은 늘 자신만의 자리에 앉게 마련이다. 정해진 자리는 없지만, 각자의 좌석이 있는 셈. 새로 온 사람이 그 모르고 앉으면 '주인이 없지만 주인이 있는' 자리라고 말해준다.


야근 전담 선배가 휴가를 가면 우리 팀에서 지원을 가는데, 그러면 밤 11시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 4시 반에 퇴근. 그리고 그 당일은 오프다. 밤을 새우는 대신 근무 시간이 짧고, 조용하기 때문에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좀비들의 등장


야근 근무를 하고 있으면 새벽 뉴스팀이 거의 좀비 상태로 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저 선배.. 지금 살아 계신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곤히 자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은 적도 있었다. 출근 시간은 무려 새벽 2시 반에서 3시. 3시까지 나오려면 집에선 최소 2시엔 일어나야 하고, 그러면 그 전날 저녁 8시 정도엔 잠을 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저녁 약속은 절대 못 잡을 테고, 잡더라도 마음 한편은 항상 불안할 거다.  아침형 인간이라도 정말 끔찍한 근무다.  물론 퇴근은 아침 9시 정도로 놀라운 스케줄이다. 남들이 일하러 갈 때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고고. 그 이후엔 모두 자신만의 시간이지만, 하루 종일 잠과 씨름해야 한다는 후문.

    

전쟁터에선 곡소리와 고성


근무 시간으로 봐서는 낮과 오후 뉴스팀이 가장 '정상적'이다. 하지만, 쉴 새 없이 터지는 속보 대응과 라이브 연결 등으로 그야말로 살아 있는 뉴스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지라 전쟁터다.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오고,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물론 자신들이 담당하는 뉴스가 끝나면 언제 있었나 싶게 일사불란하게  사라진다. 퇴근의 눈치는 있을 수 없다.


어차피 만날 사람도 없네?


그리고 내가 속한 밤  뉴스 팀은 일하는 시간만큼은 가장 인간적이며 조용한 시간대다. 저녁에 오롯이 회사에 있어야 해서 약속을 잡을 수 없지 않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네요"라거나 "진짜 만나고 싶으면 다른 때 만나겠죠"라고 대답한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밤 11시 40분쯤 뉴스가 끝나면 눈치 보지 않고 "안녕히 계세요"를 외치며 나온다.  그리고 주차장에 내려가 시동을 걸고 한강변을 달릴 때가 하루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망할 강변북로와 동작대로엔 그 시간에도 차들이 꽤 많다는 거에 당황했지만, 거의 바닥에 차들이 붙어가는 낮 시간대에 비할 바는 아니다.

<출처: 주윤하 '밤의 동화' 재킷 사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3시. 도시는 잠들었지만, 빨리 잠들 긴 아까운 시간. 퇴근 뒤 심야 영화를 한 번 봤는데, 운전하다가  사고가 날 뻔해서 되도록 자제. 가끔 선배랑 회사 앞에서 야식을 먹으며 회사 욕을 하고 집에 가기도 하고, 역시나 늦게 자는 친구를 만나 심야식당을 가기도 한다. 물론 가장 반적인 건 집에 와서 뭔가를 먹고 침대에 누워 넷플리스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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