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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나무 Jan 30. 2023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오늘도 마음의 고통과 싸우고 있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있어서 힘들고, 아무 일이 없으면 또 없어서 힘든 사람들이 있다.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이것은 외부 상황과 관계없이 늘 마음의 고통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은 의식적으로 자신이 평온한 일상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고통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시기에도 무의식적으로 고통스러울 이유를 찾느라 분주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무의식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스스로 자각하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도대체 이들은 왜 고통스러워야만 하는 걸까?

  이는 어린 시절로부터 귀인 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데, 아이가 크고 작은 결핍과 상처 속에서 불안정한 심리와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만 이를 수용받지 못하고 자랐을 경우 또는 견디기 힘든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던 경우, 어느새 아이에게는 고통이 곧 자신의 일부이자 일상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물론 타고난 기질에 따라 개인차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렇게 성인이 된 아이는 어린 시절과 전혀 다른 환경,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스스로를 가둔 채 끊임없이 어린 시절을 재현한다.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아닐 수가 없지만 그들은 자신의 선택과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상처를 입었고, 마음의 병을 얻게 되었다.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니야..


이는 영화 '굿 윌 헌팅'의 명대사로 어린 시절의 학대로 인해 상처 속에서 거친 삶을 살아온 윌 헌팅(맷 데이먼)에게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가 한 말이다. 그렇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결코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들과 미숙했던 부모와 환경만을 탓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가장 먼저 자신이 남들과 조금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신은 어릴 적 입은 상처로 인해 성격장애를 가졌을 수도 있고, 신경증이나 정신증 환자일 수도 있다. 그걸 아는 것조차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일단 알게 된다면 자신이 심리적으로 비교적 건강한 이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의학적으로 당뇨나 고혈압은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질환 즉 지병으로 분류한다. 이는 평생토록 잘 살펴보면서 조심하고 관리해야 할 병이라는 뜻이다. 마음의 병 역시 마찬가지인데,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성격장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계속해서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상황에 따른 감정의 일기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패턴을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게 계획과 목표를 세워가며 상황에 따라 수정도 하면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이 부분이 변화의 전적인 수단이 될 수만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어찌되었건 이 기나긴 여정은 사는 동안에 끊임없이 펼쳐지는 힘겹고도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이 될지 모른다. 게다가 이제 조금 나아졌는가 싶으면 제 자리인 것 같고, 어떤 날은 퇴보한 것처럼 느껴지는 그야말로 기대와 좌절의 연속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노력하며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는 성인이 된 이상 '내 삶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있기 때문이다. ' 내가 나를 죽는 날까지 돌보야 하는 책임, 내가 나 자신을 누구보다 더 사랑해주어야 할 책임’ 말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또한 주위의 관심과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당신 주위의 누군가가 마음의 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들에게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말하지 말라.’ 그 말은 그들을 더욱 외롭게하고, 절망케 하리라. 세상에는 몇 천 번 결심하고 이를 악물며 다짐해도 의지대로 잘 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과 싸우며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 가만히 안아주거나 따뜻한 시선으로 묵묵히 지켜봐 주어라. 세상의 그 어떤 응원의 말보다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치료와 변화는 수직 상승이 아니다. 오르락 내리락을 끊임없이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되는 인내의 과정이다. 오늘 전진이 아닌 후퇴를 했다 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자. 애쓰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분명 그 노력의 시간들을 딛고, 또 다시 한 걸음 나아가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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