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가 만난 도시. 그 날의 기록 #12
홍콩 하면 흔히 쇼핑과 야경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갑자기 청동좌불상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침사추이에서 심포니 오브 나이츠와 피크트램 정상에서 야경을 보았고, 쇼핑도 했지만 란타우섬의 청동좌불상인 티안 탄 부처상은 크기뿐만 아니라 임팩트가 너무도 컸다. 란타우섬에 가기 위해선 옹핑 360이라는 길고 긴 케이블카를 타야만 했다. 평범한 케이블카를 타거나 혹은 바닥이 유리로 된, 아찔한 높이를 실감할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거나 둘 중 하나였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건 아닌데도 바닥이 훤히 비치는 케이블카는 타고 싶지 않았다. 홍콩의 통총에서 란타우섬의 옹핑마을까지는 이동시간이 약 25분이 걸리므로 분명히 어지러움을 동반한 싸움이 될 것만 같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라보는 전경은 대부분 초록 초록한 산지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걸어가는지 모르겠지만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이 개미 때처럼 작게 보였다.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은 케이블카에서 저 멀리 보였던 청동좌불상의 실루엣이었다. 안개에 가려서 불상의 형태만 보였음에도 그 웅장함과 아우라는 엄청났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사진을 한 장 남겨둔 건 이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 고마운 증거물이었다. 잠깐 맛본 불상의 매력은 옹핑마을의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침사추이와 센트럴 지구에만 있다가 도착한 마을은 관광객이 많으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아 복잡함을 느낄 순 없었다. 말끔히 도로가 정비되어 있어서 마치 산책하듯 마을을 구경하며 불상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260개의 계단 위에 앉아있는 청동좌불상을 보곤 높이와 크기를 재 실감할 수 있었다. 정상에 올라 가뿐 숨을 돌린 후, 지그시 눈을 감고 기도를 드리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끄트머리에 앉아 마을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나도 이곳에 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발걸음이 불상을 향하고 있었다. 여행에서 일정이 빠듯할지라도 불교 유적이나 사원이 있는 여행지에서는 가급적 방문하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엔 사람에게는 받지 못한, 따스한 위로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향하는 수많은 발걸음은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이곳이 위로였으면 좋겠다.
보고 느끼고 씁니다.
여행작가 김문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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