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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May 08. 2022

집사의 외박 그리고 냥이 X테러

집사의 외박을 응징한다냥!


어디, 외박같은 소리하고 있냥!



바야흐로 가정의 달 5월.

작년, 막내를 구조하고 치료하며 단 하루도 외박을 하지 못했다. (더구나 코로나 시국이었고)


그런데 막내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본가에 가지 못한 날이 무려 3년이 다되어가고 있었기에 큰 결심을 했다.


바로 냥이들을 두고 처음 외박이란 걸 하기로 말이다!



사실 고양이들을 키우려고 결심하는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사없이 혼자 오래 두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이 부분은 냥바냥이라 100% 단정 지어 말할 순 없지만 내가 겪은 고양이들은 거의 대부분 집사가 와야 할 시간에 오지 않으면 한없이 기다렸다.

그리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었다.


마치 알람 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깊은 잠에 빠졌다가도 집사가 퇴근해야 하는 시간에 맞춰 늘어지게 기지개를 피고 문 앞에서 어슬렁 거린다.


물론 출근할 시간에 나가지 않아도 잠을 자지 못하거나 약간의 신경질 비슷한 것을

부린다.(집사가 사냥을 가지 않는 것이 불안한 건지~;)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5일 출근하고 2일 쉬는 것을 기막히게 알아서 평일에 출근하지 않고 있으면

약간 투정을 부리는 것이 없어지고 집사와 늘어지게 잠을 잔다.


집사야 오늘 출근 안하지?
그럼 여기 좀 누을게!



이건 내가 다년간 이러한 행동 패턴을 유지했기에

냥이도 자연스럽게 주 5일제 집사의 사냥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고양이는 혼자 제멋대로 사는 동물이라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지만, 실은 굉장히 규칙적이고 동거인에 애착이 많은 존재이다.


다른 존재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생활 리듬을 지키지만, 누구보다 자신 주변의 존재에 대해 유심히 관찰하고 알고 있다.


지켜보고 있다냥!




다시 나의 외박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렇듯 나는 수년간 여행은커녕 부모님 댁에 1박도 하지 못했기에 자식 된 도리로 이번 연휴에 꼭 본가에서 1박을 하기로 결심했다.


부모님은 그간 대화와 타협, 협박 등으로도 내가 고양이를 어디로 보내거나 본가에 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시고 포기하셨는지 나의 본가 방문을 매우 반색하셨다.


하지만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1박이다.

그 이상은 어려운 상황임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첫째 고양이만 데리고 살던 시절 나는 무려 2주간 집을 비운적이 있었다. 그때는 무지막지한 서른아홉이었고, 매우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물론 방문 캣 시터를 모셨지만, 내 인생에 가장 긴 외박으로 두고두고 첫째에게 미안하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여하튼 나는 본가로 출발 전

넉넉하게 사료와 물그릇을 챙겨놓았다.

내가 외박을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던 막내...

(이식증이 있고 몸이 아파서 불안하면 다른 고양이들을 마구 공격한다.)


혹여 내가 없을 때 이물을 먹을까 봐 가장 걱정이었기에 위험한 물건(끈, 전기, 고무, 식물 등)을 모두 치웠다.


그리고 나의 채취가 묻은 추리닝을 침대와 방 이곳저곳에 두었다.

(이건 예전 외박 시에 홈캠으로 아이가 나를 기다리며 내 홈웨어 위에 올라가 그나마 편히 잠을 자던 것을 보고 얻은 힌트이다.)


늘 본가에 가며 2박 이상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본가는 기차로 4시간 걸린다) 2일 동안 아이들 걱정에 편히 부모님과 시간을 갖지 못했었다.


그래서 1박만 하기로 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고 아이들 걱정이 덜되었다. 아침 일찍 본가로 출발해 1박 2일간 부모님과 2박 이상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결국은 부모님도 좋아하셨던 연휴였다.


며칠 같은 하루를 보내고

나는 다음날 점심을 먹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하필 홈캠이 고장나 아이들이 잘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긴 여정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저녁 6시였다.


그런데,

집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코를 찌르는 똥냄새였다.


아이들이 단 한 번도 화장실 밖에서 변을 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고양이 화장실이 있는 방과 거실, 캣타워에 온통 똥과 구토 자국들이 있었다.


서둘러 방에 수많은 응아들을 치우고 걸래를 빨고 닦고를 반복했다.

집사야 그러니까 외박은 하지마라냥.


살펴보니 한 마리도 고양이 화장실을 쓰지 않아서 모래는 깨끗했다 ^^;


눈을 의심했지만, 그나마 내가 1박만 하고 왔기에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캣 시터도 이런 경우에 치워주시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내가 없이 하루를 잔다는 게 아이들에게 이렇게 힘든 일일까? 다시 한번 고양이가 얼마나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인간에게 의지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나와 매일 같이 자는데 길 들여져서 조금의 변화도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가장 큰 이유는 막내였던 것 같다.

막내는 아직 작은 스트레스에도 굉장히 예민한 상태이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성향이 강해진다.

ㅜㅜ


그런 막내 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더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이 부분을 어떻게 더 완화시킬 수 있을지는 더 고민해봐야 할 숙제이다.




아무튼,

이렇게 거사를 치르고,

세 냥 이가 준 외박에 대한 대가를 달게 치르며 남은 연휴는 집 청소로 즐겁게 마무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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