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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Apr 24. 2022

내가 책임지는 생명이 있다는 것

다시 월요일을 준비하는, 나란 집사

집사야 그거 알아? 내일은 월요일이야.


내일은 월요일.

아마 머리를 후다닥 감고 허겁지겁 출근하는 나를

우리 고양이들은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바라볼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두 가지 감정을 느끼며 집을 나서겠지.


하나는 부러움이고 또 하나는 대리 만족.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강렬하게 더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라는 나의 마음을 대신해 그렇게 누워 있어 주니 고마울 따름… :)


그래 너라도 빈둥 빈둥 해라 라고 말하고 집사는 무려 월요일 출근길을 나설 것이다.


내일 내가 퇴사를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찾아본다.


오늘 첫째 노령묘 허벅지에 혹이 몇 개가 갑자기 잡혀 급히 동물병원에 데리고 검사를 하고

칠만 원 정도의 진료비를 지출했다.


헌데 집에 오니 막내가 스펀지 조각을 물어뜯은 것이 의심되어 파인 것을 들고 보여드렸고

크지 않아 지켜보자고 하는 수의사 말에 그나마

크게 안도했는데, 그 안도감을 파헤쳐 보자면

만약 내시경이나 수술을 해야 하면 내 한 달 월급이 오롯이 들어가야 하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였음을 고백한다.(사실 두 번이나 이물을 먹어 수술을 했었다 ㅜㅜ)

만약 크진 않지만 막내가 그것을 무사히 응아로 배출하지 못하면 다시 그 수술을 시켜야 한다. 내 통장 잔고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둘째 고양이의 미루던 스케일링 예약을 잡았다. 동물도 사람처럼 구강 문제를 미루면 나중엔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기에 막내 수술로 미뤘던 스케일링 예약을 잡았다. 아이가 요즘 밥을 잘 안 먹는 것이 구강 문제일 것 같아서이다.


예약을 하며 대략 시술 금액을 보니 삼십만 원이 훌쩍 넘는다. 거기에 이왕 마취를 하는 김에(고양이는 스트레스에 취약하여 스케일링을 마취하고 진행한다) 몇 년째 못한 기본적인 건강검사만 추가했는데 견적을 보니 무시하지 못할 거금이 나갈 예정이다.


아주 현실적으로 내가 나의 고양이들을 지키기 위해 내야 하는 카드값 덕분에

퇴사라는 아주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는 계획을 머릿속에서 일괄 삭제하며 일요일 저녁을 무사히 넘기고 있다.


비가 또르륵 내리는 것을 냥이들이 보고 나는 그 뒤통수를 귀엽게 보는 평범한 일요일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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