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은 Jan 10. 2023

2023년이 벌써…

새해 소망이 있다면....


한동안은 '2023년이 벌써'로 자주 시작 될 듯하다.


'1월 10일 화요일'이라는 글자가

휴대폰 액정에 떠있다.


나는 아직 새해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사십 대 중반이 되면서 새해에 늘 알차게 들어 있던

하고 싶은 일 목록은 사라지고

해야 할 일들이 먼저 생각난다.


새해 계획에 해야 할 일을 먼저 적다가

하고 싶은 일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목록에 올려지지도 않은 시기가 꽤 되었다.


얼마 전 아직 30대인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올해 직장을 그만 다닐 생각이었다.


나의 눈으로 그 친구는

부양해야 할 가족은 없었으나

혼자 일을 하지 않고 살기에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의 계획을 듣고 나의 첫마디는

"그럼 생계는?"

이었다.


그다음엔

"저축은 좀 해놨어?"


그다음엔

"가족이 좀 지원해 주고?"


친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나는 아차 싶었다.

친구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할 때

주변에서 흔히 하던,

하지만 가장 내가 듣기 싫었던 말들을

내가 스스럼없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질문에

친구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고 했지만

삼십 대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자신만의 일이 있다고 했다.


나의 꼰대 같은 질문에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내 맘을

그 친구는 너그럽게 봐주었다.




친구와 헤어지며 집으로 오며

기분이 묘했다.

아니 서글퍼졌다.


마치

내려야 할 정류장에

내리지 버스 안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용기 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보며,

한편으로 불쌍했고

한편으론 안도했다.


하고 싶은 일을 못했지만

해야 할 일은 겨우 해왔기에

그나마 작게 안도했다.


사십 대는

마냥 하고 싶은 일을 못했다는

후회를 하고 살 수 없는 나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나의 삶에서는 그랬다.


인생에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와 안도는 존재하겠지.


올 해도 분명 지나고 보면

후회와 안도가 남을 것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어느 선택을 하던

최소한

망설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해는 되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