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tis Fuller
재즈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악기가 뭘까?
아마도 트럼펫이나 색소폰, 피아노 혹은 드럼을 떠올릴 것이다.
트럼본은 빅밴드에는 흔히 포함되지만 규모 그릅연주에서는 드물게 등장하는 악기이다.
트럼펫에 비해 낮고 풍부한 음을 내는 트럼본은 발라드에 무척 어울리는 음색이지만 다루기가 어려워 스피디한 연주는 힘들다고 한다.
재즈계의 트럼보니스트를 한명 뽑으라고 한다면 바로 커티스 풀러(Curtis Fuller일 것이다.
50-60년대 비밥시대를 풍미하여 멋진 연주를 남긴 커티스 풀러가 몇일전인 2021년 5월 8일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의 앨범을 다시 꺼보았다.
위키페디아를 잠깐 보니 커티스 풀러는 한국전쟁에도 참가했었다고 한다.
그의 연주를 몇 곡 들어보자.
1959년 Curtis Fuller Sextette 앨범 <Imagniation>의 타이틀 곡은 발라드 연주에서 트럼본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이런 부드러운 발라드 곡 외에도 커티스 풀러는 트럼본으로 스윙감있고 빠른 연주를 선보이며 다른 악기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자신만의 리드 앨범을 낼 수 있던던 뛰어난 연주자이다. 또 능력있는 작곡가로 많은 곡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앨범 BLUES ette (1959)를 다시 한번 들어본다.
첫번째 곡인 <Five Spot After Dark>는 리트미칼한 인트로에 이어 묵직한 트럼본 솔로가 듣기 좋은 곡이다.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이 곡의 인트로는 마치 이 앨범의 아이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 멜로디라고 느껴질 것이다.
커티스 풀러의 가장 가장 유명한 곡이라고 할 수 있는 <Love Your Spell is Everywhere>도 이 앨범에 들어있다.
이 앨범에 참여한 모든 연주자들의 매력을 골고루 느낄수 있는 곡인데, 대가들이 서로 경쟁하듯 연주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어울림을 잘 느낄 수 있는 명곡이다.
베니 골슨의 색소폰이 한차례 몰아치듯 스피디한 연주를 하고나면 커티스 풀러의 트럼본이 부드럽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 힘과 속도로 받아친다. 이어 토미 플라나간의 피아노가 조금 가볍게 멜로디를 이어나가고 지미 개리슨의 베이스가 차분하게 정리를 해준후 합주로 곡을 끝낸다.
BLUES ette (1959)
Curtis Fuller (Trombone), Jimmy Garrison (Bass), Al Harewood (Drums), Tommy Flanagan (Piano), Benny Golson (Tenor Saxophone)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연주들에 대해 다시한번 경의를 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