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버이날에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우울증 약을 현재 먹고 있는 고3 큰 딸이 위클래스 상담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온 내용 때문입니다.
딸이 무엇이 어려운지 들은 선생님이 진단을 한 내용을 말해 줬는데 딸이 현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저였습니다.
다툼을 회피하는 성향을 가진 제 대신 가정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하느라 힘든 거라고, 동생이 사춘기여서 힘든 사람은 언니가 아니라 엄마여야 된다고~
너무 아팠고 부끄러웠습니다. 당일엔 저도 힘든 마음에 방어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다음 날 새벽 블로그에 글을 써내려 가는데 마음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긴 세월 엄마와 동생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동생이 떼를 쓰거나 화를 낼 때 잘 훈육하지 못하는 엄마대신 본인이 훈육을 대신하느라 힘들었을 딸에게 많이 고맙고 미안해졌습니다.
장문의 카톡 사과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첫째가 좋아하는 녹차맛이 나는 쿠키를 사서 첫째 딸 방 책상 위에 살짝 올려놓았습니다.
사과의 선물 값은 5,080원.
녹차맛이 찐해서 맛있었다고 말하며 둘 사이의 어색함도 풀렸습니다.
고마운 녹차와플입니다.
사과의 말과 녹차와플로만 끝내서는 안 되기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회피하는 나의 성향을 이제 벗어버리고 용기 있게 다툼을, 토론의 자리를, 마땅한 훈육의 자리를 지키는 엄마가 돼야 하니까요.
이제 자기 자신을 챙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는 첫째와 사춘기 소녀 둘째 사이에서 때로 풍랑 만난 돛단배 같지만 기도하며, 저를 사랑해 주는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저도 저를 응원하며 그렇게 잘 지나가보려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부족함을 알게 해 주는 두 딸이 있어 아프지만, 이렇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덕분에 무지 낮아지고 가난한 마음이 될 수 있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