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당 뒤에는 농수산물 도매 시장이 있다. 90년대 초에 생긴 도매시장이라 요즘 현대식으로 재건축을 하고 있는 중이다.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 건설업종 분야별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될 예정이란다.
엊그제 오후 한가로운 시간에 중소기업 건설소장이라는 사람이 우리 식당을 찾아왔다.
새벽과 점심에 밥을 해달라 한다. 현재는 20 명 정도가 일을 하지만 계속 더 인원이 늘어날 것이란다.
남편은 선불을 해주는 조건이면 식사를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 전에도 몇 번 현장 밥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끝맺음을 명확히 못하는 업체들 때문에
애를 먹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선불 조건에도 그 소장이라는 사람은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한다. 나도 특별히 원하는 조건이 있느냐. 같은 날 반찬이 중복되어도 괜찮겠느냐고 했더니 그냥 맛있게만 해달란다. 여기저기 다녀 봤는데 제일 맛있다면서.
선불에다가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고 그냥 잘해주기만 하면 된다니 이 불황에 더없이 괜찮은 조건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 가게는 밤늦게까지 장사를 해야 하는
삼겹살 전문점이다. 젊은 나이도 아닌데 잠까지 설쳐가며 새벽밥을 해야 한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 신중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불황이니 일단 해보자던 남편도
고민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선불할 돈을 가지고 저녁 회식을 오겠다던 그 소장이란 사람이 나타나질 않았다.
다음 날 새벽 장사를 하는 앞집 사장님을 만났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인상착의를 이야기했다. 앞집 사장님은 내 말을 듣자마자 대뜸 그 사람 사기꾼이야 한다.
우리 가게에도 두 번이나 왔었어. 서로 이야기가 잘되면 소개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더라니까. 선불로 달라하니 자기 뜻대로 안 된 거야.
그 사람은 여기저기 건설 현장 주변을 돌며 서민 식당 사장들을 울리는 전문 사기꾼이었던 거다.
앞으로는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서민들. 이 심리를 이용하여 사기행각을 벌일 이들이 많이 생겨나겠지.
이 어려운 시기에 모두가 이기심을 버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