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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성숙 Jun 20. 2022

맘은 청춘인데

오후 4시쯤 가게가 한가하기에

색소폰을 불려고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을 하다 시계를 보니 6시다.

저녁 손님이 들어올 시간.

즉시 서둘러 출발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게로 향했다.


백오십 미터 앞.

건너야 할 신호등 불이 녹색으로 바뀐다.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목표를 향해 돌진.

그런데 갑자기 자전거가 튕기는 듯하더니

핸들이 방향을 잃고 비틀거린다.


어~어~ 하는 사이 핸들을 움켜잡을 새도 없이

자전거가 쓰러지고 몸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어디 다친 건 아닐까?

 일어나면 어쩌지.


조심스레 몸을 추슬러 본다.

뻑적지근하다. 그런데 걸을 수는 있다.

다행이다.

창피함이 몰려온다.


태연한 척 자전거를 끌며 이동을 하는데

무릎도 쓰리고 팔꿈치도 아프다.

살짝 눈을 돌려 몸을 살폈다.

팔꿈치는 피가 흐르고 바지엔 구멍이 뽕.

바지를 해 먹었네.

오랜만에 훈이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어떻게 지내냐며 서로 안부를 묻는데

다리가 찌릿찌릿 아파 3주째 집콕 중이란다.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자신이 탈 버스가 저만치 정류장에 들어오더란다.


뛰어가면 탈 수 있겠다 싶어 버스만 보고 뛰다가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한다.

넘어지는 순간 나 골다공증 있는데 어떡해라는

슬픈 생각뿐이었다 한다.

발목이 꺾이면서 인대가 늘어났다 하는데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단다.

어제 오후.

색소폰 연습을 하고 수다를 떨다 보니 6시가 넘었다.

벌써 시간이 이리되다니.

막 나오려는데 아버지도 가방을 메고 나오신다.

아버지를 집 앞에 내려드리려 하는데

뒷좌석에 있는 전화기가 급하게 울린다.

손이 닿질 않는다.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고 전화를 받았다.

남편의 전화다.

왜 아직도 안 오냐며 빨리 와서 밥 먹으란다.

맘이 급해진다.


아직 저녁도 안 먹고 기다린 건가.

손님 들어올 시간인데 바쁘진 않은 건가?

서두르며 차에 오르는데  

내 몸이 차에 오르기도 전에 문을 닫는 나.


문이 닫히며 얼굴이 차문에 부딪쳤다.

너무 아파 그냥 주저앉았다.

그 자리에서 눈두덩이가 부어오르고

5분도 안되어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몸의 리듬에 맞춰 서두르지 말고 행동하자고

자기 암시를 해보지만

마음이 급하면 그냥 잊어버린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 따로 마음 따로다.

나이는 못 속인다더니 내가 그렇다.


노년의 세상에 오신 분들이여!

서두르지 맙시다.

뛰지 맙시다.

넘어지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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