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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성숙 Oct 29. 2022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해

막내 고모는 교장으로 정년 퇴임하신 고모부의 뜻을 따라 고모부의 고향으로 귀촌하셨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쓸쓸하고 적막한 창밖을 바라보는데 눈바람 맞으며

외롭게 서있는 나무가 꼭 자신 같았답니다.

고모는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동요를 부르시며 외로움에 젖은 맘을 달래다가

문득 생각하셨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해.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고모는 다음날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하모니카를 배워야겠어.


그날부터 1년 동안 버스를 타고

가평과 서울을 오가며 하모니카를 배우셨습니다,


무료함을 달래며 하모니카를  불고 있던 어느 날.

고모 집에 이장님이 마실을 오셨습니다.

- 이게 뭐예요?

- 심심해서 하모니카를 배웠어요.

   이렇게 좋은걸 왜 혼자만 불고 계세요.


그리고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조용한 집안에 울려 퍼지는 전화 벨소리.

이장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 지금 당장 내려오세요.

  여기 부녀 회원들 다 모였어요.


고모는 그날로 하모니카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한글도 모르는 할머니도 계시고

계명이 뭔지도 모르는 할머니들.

그러나 고모는 열성을 다해

하모니카를 가르치셨답니다.


-요기를 후~부세요.

   도라고 해요.

   바로 옆에는 숨을 들이 마시고요.

    이 소리는 레예요.


가르치시는 고모나, 배우는 할머니들

모두에게 힘든 도전이었을 하모니카 불기.


소박한 취미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고모의 하모니카 교육은 몇 년이 지나자

가평의 명물 동아리가 되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지정하는 장수 마을과

평생 학습  마을 가평군 1호로 지정되는데

대단한 기여를 하셨으며 많은 지원도 받으셨답니다.


지금은 여기저기 행사 때마다

귀한 손님으로 불려 다니신다네요.

할머니들은 하모니카를 배우게 되신 것을

매우 기뻐하시며 말씀하신답니다.


- 내가 이 하모니카를 안 배웠으면

   평생 집안 살림하랴  농사일하랴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만 하며 살았을 거예요.

 - 우리 같은 칠팔십 노인들이 귀한 대접을 받고  

    좋은 음식도 먹고 여기저기 구경도 다니며

    살게 되다니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어요.

    꼭 꿈결 같은 삶이지요.


할머니들은 행사장에서 불러만 주면

무조건 달려가 기쁜 마음으로 연주을 하신답니다.


인생의 활력을 찾고 봉사의 기쁨도 누리며

행복해하시는 노년의 아름다운 취미생활.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이 어디 있을까요?


오늘 못 이룬 꿈을 찾아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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