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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성숙 Jul 29. 2023

색소폰 같이 합시다


내가 색소폰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아버지 덕분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께서 우리와 함께

살게 된 지 반년정도 되었을 때다.


남편은 아버지와 대화를 하다 보니 공통의 화제가

빈곤하여 좋은 대안이 없을까 고민했던 것 같다.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야깃거리로 어떤 것이 좋을까?


어느 날 아침 남편.

-여보 우리도 색소폰 배울까?

아버지와 함께 색소폰도 불다 보면 공통의 관심사도

많이 생기고 가족이 함께 소통할 수 있으니

정말 좋을 것 같은데.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좋아~라고 외쳤다.


그때는 식당을 운영할 때라 취미 생활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혼자도 아니고 남편이랑 같이 색소폰을

배운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한 결정이었다.


우리 부부는 오전에 일찍 색소폰 동호회로 달려가

한 시간 내외로 겨우 겨우 연습을 이어나갔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대여섯 명의 병아리들 중

(남편이 병아리반이라고 지칭함)

우리는 늘 꼴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지게 되니

정부에서 식당 영업시간을 밤 9시까지로 제한했다.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었지만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인지라

우리 부부는 걱정은 접어두고 가게문을 닫으면

음악실로 달려가 색소폰을 불며 시름을 달랬다.


집에 오면 잠이 쏟아지고 그냥 곯아떨어지지만

다 같이 앙상블을 하고 있는 동안은

피곤한 줄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 색소폰 배우기는

오늘로 만 2년이 되었다.


색소폰 재미에 빠진 우리 부부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같이 색소폰을 하자고 노래를 부른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요. 삶에 활력이 생겨요.

도전해 보지 않으실래요?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콩나물 대가리도 볼 줄 몰라요.

나이 먹어서 숨이 차서 불 수 있을까요?


걱정 마세요.

우리 아버지도 악보 하나도 볼 줄 몰랐지만

80세에 하모니카 시작하셨고요.

85세에 색소폰 불기 시작했는데

폐활량이 엄청 좋아지셨어요.

2~3개월만 넘기면 쉬운 악보는 연주 가능하답니다.


내가 유튜브에서 봤는데요.

신경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음악연주를 하는 동안  

두뇌의 모든 영역이 서로 긴밀히 작동하며

불꽃놀이 축제를 하는 것처럼 보였고

두뇌 기능이 강화되더래요.

치매 예방에 최고예요.

부부가 같이 하면 더 즐거워요.

나이 먹음 누가 우리랑 놀아 주겠어요.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자고요.


나와 남편은 기회만 닿으면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하지만 실제로 탁월한 선택에

용기를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

아침을 드시며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음악이란 세계를 너무 몰랐어.

좀 더 젊어서 알았어야 하는데.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안에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다.

삶이 녹아 있지.

음악은 묘한 거다.

전쟁터로 내보낼 때도 북 치고 꽹과리 치며

돌격을 외치면 죽는지 사는지도 모르고

막 전진해 나가거든.

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 치유해 주는 것도

음악이고..


오늘도 음악실 가서 또 열심히 불어야지.

그런데 나이 먹으니 젊은 사람들 못 쫓아가겠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더 많이 배워.


삶을 즐겁게, 풍요롭게 해주는 음악과 친구 하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멋진 여정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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