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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y Jan 24. 2019

의사가 내가 약을 먹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을까?

<창의력 주파수> 채널 9. Proteus Digital Health 

누구나 어릴 적에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기 싫어서 몰래 버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 아차 싶었던 경험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날 진료해준 의사가 내가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본인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까?


의사들의 여러 가지 고민 중 하나는 환자들이 처방해준 약을 정확하게 복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WHO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환자의 절반은 처방받은 대로 정확하게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치료를 위한 처방을 하지만, 환자들이 처방대로 행동했는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환자들이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 (Medication adherence problem)은 사회적, 의료적으로 부정적인 비용과 효과를 유발한다.



약을 먹으면 데이터에 저장이 된다.


캘리포니아 스탠퍼드 대학 근처의 레드우드 시티에 위치한 Protues Digital Health는 2008년부터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에서 연구를 통해 소화 가능한 센서가 부착된 (Ingestible Sensor) 약을 개발했다. 모래알 정도의 작은 크기의 센서는 배터리나 안테나가 필요 없으며, 비타민제에 포함된 구리와 마그네슘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당 센서는 위 속의 위액에 반응하여 1.5 볼트 정도의 미세한 전류를 발생시킨다. 무기질로 이루어진 센서는 자연스럽게 체내에서 소화되어 사라진다. 


환자는 특수한 패치를 장착하게 되고, 약을 먹을 경우 생기는 전류를 패치가 감지한 후 데이터를 스마트 폰의 앱이나 클라우드를 통해서 기록한다. 기록된 정보는 의사와 보호자 등에게 전달된다. 이는 오직 약을 먹었을 경우에만 기록이 된다. 즉, 약을 먹지 않으면 기록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된다. 이런 기술을 스마트 약(Smart Pill)이라 부르고 공식적으로는 소화 이벤트 마커(Ingestion Event Marker, IEM)이라고 부른다.



기술 개발은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해당 센서는 2012년 7월에 FDA의 승인을 받았고, 2010년에는 유럽에서 CE 마크를 획득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하였다. 프로테우스는 해당 센서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연구한 논문을 2014년에 발표하였고, 논문에서는 4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0,993번의 복용을 거친 결과 99.1%의 정확성을 보였고, 약을 먹지 않은 경우에 오류로 기록이 남게 되는 경우는 0%로 기술력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였다.


프로테우스는 2012년 10대 헬스케어 기술에 선정되었고, 2013년 가장 혁신적인 회사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무영의 회사였던 프로테우스는 거대 제약 회사인 NovartisOtsuka로부터 5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2015년 Otuska는 프로테우스의 기술력을 이용하여 정신분열증 치료제인 Abilify를 센서를 부착한 경구제로 FDA에 승인을 요청했다. 


2017년 우울증과 정신과 치료제를 개발한 이후 당뇨병과 전염병 등에 이르는 40가지가 넘는 약물에 해당 센서를 도입했다. 스마트 약은 환자가 의사의 처방에 맞춰서 정확하게, 제때에 복용했는지를 점검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서 의사들이 환자들을 더욱 정확하게 검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제는 항암치료도 스마트 약을 통해서


프로테우스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의 ASCO-GI 2019 Gastrointestinal Cancers Symposium에서 디지털 종양학 의약품에 대한 관리 모델을 발표했다. 프로테우스는 미네소타 대학 (University of Minnesota Health and Fairview)과 함께 구강 디지털 종양학 치료제에 대한 치료 모델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프로테우스의 스마트 약을 기반으로 처방되며 현재 3기와 4기의 대장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프로테우스와 미네소타 대학의 협력은 세계 최초로 암 환자 치료에 디지털 기법을 이용하였고, 이는 의사들에게 환자 치료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미네소타 대학 의사인 Edward Greeno 박사는 "프로테우스는 경구용 항암치료제를 투여받는 환자 관리 개선에 진보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우리는 기존의 처방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스마트 약은 환자와 직접적인 연결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는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아도 병원에 왔을 때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확보활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사무실에 앉아서 환자가 매일 집에 있는 동안에 어떤 치료 요법을 사용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면서 스마트 약의 기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디지털 약을 통한 치료는 환자의 사생활을 유지하면서 치료법을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환자가 약을 복용한 시간, 용량 및 유형에 관한 정보를 안전하게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의사들에게 축적된 데이터를 제공한다. 또한 환자의 휴식, 활동 및 심박동 수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의사, 약사 혹은 보호자에게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우리가 신기술이라 생각하는 모든 기술들은 갑자기 발명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인내와 끈기를 가진 개척자들의 노력이 신기술을 발명해냈다. 어떻게 보면 신기술은 세상에 없던 것들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기술들에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시키면서 탄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해당 기술들이 얼마나 융합되고 세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느냐일 것이다.


스마트 약(Smart Pill)은 의사들에게 환자를 더 잘 치료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서 의사는 환자들이 말하지 않는 정보들을 알게 될 수 있다. 해당 기술의 발전은 의사들에게 더 많은 책임감을 주지만 환자들 스스로도 질병 관리에 대한 더 많은 책임감을 부여한다. 스마트 약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제공받기를 바라며 먹는 디지털이라는 신선한 소재의 개발이 아주 먼 곳에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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