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돌아와서야 아내의 빈자리를 깨닫게 되었다.
내일이면 3개월, 정확히 92일 만에 아내가 집으로 돌아온다. 처음에는 나와 아이들이 과연 아내와 엄마없이 살 수 있을까 겁이 났다. 몇 주 후엔 환경에 무섭게 적응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놀랐다. 2달 후엔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는 여유에 감사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아내와 엄마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무언의 인내였다.
사실 큰 애는 한 달 전부터 나의 점심 메뉴표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메뉴를 결정하고 통보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둘째는 라자니아에 질려 먹지 않고 고스란히 남겨 오기도 했다. 그렇게 좋아해서 점심으로 싸가고 간식으로까지 먹었던 딤섬마저도 시큰둥한 메뉴가 되었다.
큰 애는 엄마의 통화에서 아빠도 음식을 하기는 하는데 엄마 음식이 좋다고 하고, 둘째는 엄마가 오면 이제 표에 있던 점심은 다신 안 먹겠다고 한다. 엄마가 싸주는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한다.
1월 31일, 가족들의 격한 환영 속에 드디어 아내가 밴쿠버로 돌아왔다.
아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구 위의 먼지를 보더니 집안 청소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했다. 난 청소 담당인 둘째를 돌아봤고, 그제야 우린 석 달 동안 한 번도 집안의 먼지를 털어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내는 방에 걸려있는 나의 옷을 보더니 건조기에 돌려 말렸는지 확인했다. 난 세탁 담당인 첫째를 돌아봤고, 그제야 우린 니트 옷이 건조기로 인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내는 냉동고에 보관된 남은 재료들을 보더니 밀봉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했다. 난 뭐가 잘못인지 어리둥절했고, 그제야 난 재료들에서 왜 여러 냄새가 나는지 또 왜 얼음이 생기는지를 깨달았다.
아이들은 엄마의 빈자리가 채워질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난 아내가 돌아와서야 아내의 빈자리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