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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24. 2023

학업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다 9-8

시험이 끝나자 내 몸은 더 안좋아졌다. 기침은 더 잦아졌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중국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큰 병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나는 폐렴 진단을 받았다. 아무래도 옥스포드에서 싱가포르로 그리고 미얀마, 마지막에는 중국으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단 한번도 쉰적이 없었기 때문에 몸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것이었다.


사실 진단 전에 어느정도 내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다만 정신력으로 버티면 될 것 같았다는 내 착각속에 있었다. 결국 어느날 나는 쓰러졌다. 내 정신은 그 어느때보다도 또렸한데 내 몸은 혹사당해 지칠대로 지쳤나보다. 몸이 무너지자 정신까지도 급격하게 무너졌다. 정신적 공황이 왔다. 책을 볼 수가 없었고 모든 상황이 두려웠다. 상황이 심각했다. 어떻게 이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되었을까....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나는 더이상 버티질 못하고 휴학을 하고 한국에 들어왔다. 13년 전 3년 동안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 방황하며 힘들어했던 이후로 나에게 다시한번 고난의 순간이 찾아왔다.


친구들과 교수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한국에 나왔다. 부모님은 나의 모습을 보자 충격을 받으셨다. 단기간에 10키로가 빠져 아프고 초췌한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게 되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도 약한 모습을 부모님께 보일 순 없어 밝게 웃었다. 그리고는 조금 쉬면 괜찮다는 말과 함께 방에 틀어박혔다.


3개월 정도 쉬며 나는 정말 폐인처럼 지냈다. 몸은 서서히 회복되었지만 내 정신이 완전히 무너진 탓에 회복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밖에 잘 나가지도 않았고 책을 보지도 않았다. 수중에 돈도 없었고 일도 하지 않은채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 당시 내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다만 내 스스로 지금 이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옥스포드를 졸업하고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에 나는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그 지옥같았던 어둠의 터널 속에서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 하나님을 다시 잡았다. 지금 이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뿐이었다. 나는 매일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교만하기만 했던 나를 바로잡았다.


성경에 욥처럼 나는 병상에 누워 기도만 했다. 그게 내가 당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2019년 1월의 어느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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