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경제정책의 철학은 국가주의와 시장주의의 절충이다. 신자유주의자이지만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기존 시장주의자들과 차별된다. 마크롱은 그의 정책 철학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은 북유럽식 유연안정성 모델을 프랑스의 경제정책의 기조로 삼는다고 말하였다. 유연안정성 모델(Flexicurity)는 기업에게는 고용과 해고의 자율성, 개인에게는 좀 더 보편적인 고용 안전망을 제공하는 북유럽식 제도이다.
마크롱은 이러한 경제 철학적 바탕 하에 노동 유연성 강화를 추진하였다. 프랑스는 강력한 노조와 높은 수준의 정규직 보호로 노동 경직성이 높아 유럽연합 집행위가 프랑스 정부에 노동 유연성을 높이라는 권고를 할 정도였다. 그리고 특히 프랑스는 주당 35시간만을 일하게끔 하는 법적 제도가 있었는데 이는 프랑스 내에서도 오랫동안 기업의 생산성 저하를 일으킨다는 문제가 있었다.
프랑스는 1998년 ‘오드리법’을 통해 원래 1인당 근로시간인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감축하면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근무 시간을 감축하였으나 오히려 생산성의 감소와 이로 인한 기업 매출 하락과 고용 하락으로 이어지며 프랑스의 저성장의 고질적 원인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마크롱은 이러한 프랑스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주당 노동 시간을 필요시 노사합의에 의해 늘릴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연장근로 지급수당을 잘 지키는 기업에는 보상 차원에서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 부담 면제를 추진하였다.
우리나라도 요즘 근로시간 연장 계획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의 처지에서 본다면 불안하기만 하다. 근로시간 연장 등도 좋지만 중소기업 등은 현실적으로 연장근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힘들다. 또한 근로시간저축계좌(외국기준 8시간 정도 연장근무하면 휴일 1일 추가)라는 것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이 또한 현실에서는 휴가를 다 쓰기도 눈치보이고 불가능한 상황에서 탁상행정일 뿐이다.
청년들에게는 정당한 보상이 그들에게 가장 민감한 ‘공정과 정의’이다. 그래서 정부는 근로시간 연장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공감을 할 수 있도록 연장근무 보상체계와 그것이 잘 지켜지는지 모니터링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마크롱은 공공 일자리를 줄이며 아낀 예산으로 노동 유연성 강화로 인한 실직자들을 재취업시키기 위해 임기 내 약 20조를 추가하여 저숙련 노동자들을 4차 산업 고급 인력으로 만들기 위한 직업훈련을 강화하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고용을 늘리게 했다. 정부가 주도하여 일자리를 늘린 것이 아닌 시장이 자발적으로 늘리게끔 한 것이다. 또한 마크롱은 법인세를 2018년 34.43에서 2022년 25.83%로 중소기업은 15%로 법인세를 삭감하였다.
국민 소통과 설득을 위한 ‘대국민 토론’ 개최
다만 이 과정에서 국민의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마크롱 정책이 반서민 정책을 불러온다는 국민의 우려와 시위에 대통령 임기 초기 62%였던 지지율이 23%까지 하락하였다. 마크롱은 이에 국민과의 소통과 설득이 답이라고 생각하여 2019년 1월~3월까지 대국민 토론을 개최하였다. 주제는 세금지출, 국가와 공공기관, 환경, 민주주의와 시민권 등 4가지 테마를 34가지 세부 이슈로 나누어 전국에서 개최되었으며 700명의 지방자치단체장과 빈부격차에 대한 토론회, 노조와의 토론회, 소도시에서 500명의 시민 앞에서 3시간 동안 연금개혁 당위성 설명, 수백, 수천 명의 청소년, 대학생들과도 만나면서 노동 개혁에 대해 가감 없이 토론하였다.
이를 통해 전국의 시민들이 마크롱의 노동 개혁에 대해 자발적으로 토론회를 만들어 토론하였으며 107개 도시에서 1만 134개의 토론이 진행되고 온라인으로 190만 명이 넘는 시민이 개인의 의사를 정부에 전달하여 1만 6,000건 분량의 요구사항이 나왔다. 마크롱 정부는 국민의 요구사항을 취합하여 그들의 생각을 들었고 정책에 반영한다. 그 후 마크롱은 점점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되었고 지지율도 회복되어 2022년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 강도 높은 노동 개혁을 하면서도 20년 만의 재선 대통령이 될 만큼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지 않았다.
이처럼 리더란 아무리 중요한 정책이라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설득을 통해서 이루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 또한 국가와 미래세대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이해하고 납득을 한다면 내가 정치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리더라고 하더라도 분명 정책적으로는 지지를 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