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와 함께 숨 쉬고 싶었어. 지금 내 소망이 이루어진 것을 감사해.”
우리 종족에게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꿈꾸는 자만이 동행자를 만나고, 그를 통해 기쁨을 누리며,
다른 세계로 여행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축축한 솜 침대에 나를 눕혀주었다.
안타깝지만 우리 종족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동행자를 만난다는 건, 기적 같은 행운이다.
내가 그와 함께 지내게 된 것은 로또 당첨 같은 기적일지도 모른다.
로또는 이 세계의 만능 지갑이다.
그와 함께 봤던 TV에서 둥근 공이 튀어나오고,
그 숫자를 맞춘 이들은 갖고 싶은 것을 모두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작은 종잇조각과 TV를 번갈아 쳐다보며 열심히 숫자를 확인하곤 했다.
내 키가 두 배로 자랐을 때, 그는 나를 다른 침대로 옮겨주었다.
그곳에서 나는 따뜻한 모래찜질을 하며 지냈다.
그는 내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고, 나는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가 없을 때는 햇볕에 몸을 맡기고 긴 오후의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가끔은 텅 빈 집에서 혼자 지루했지만,
그와 함께할 시간을 생각하면 기다림마저 기쁨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도 불러주었다.
그가 듣는 음악이 바뀔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달라졌다.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다.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배가 고팠다.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어. 언제 돌아오는 거야?”
몸은 메말라 갔고, 좋지 않은 냄새가 퍼졌다.
서서히 눈이 감겨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결에 희미하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떴을 때, 나는 깊은 물 속에 잠겨 있었다.
그는 수척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미안하다고, 다시는 잊지 않겠다고.
곧 숨쉬기가 편해졌다. 굶주림도, 갈증도 사라졌다.
나쁜 냄새는 씻겨가고 상쾌한 향이 퍼졌다.
화내려고 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나는 그에게 화해의 푸른 손길을 내밀었다.
요즘 그는 집 밖을 나가지 않는다.
나를 굶기지는 않지만, 다가오지도 않았다.
말을 걸지도 않았고,
더 이상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에게 닿고 싶었다.
조금씩 나의 팔다리는 그를 향해 길어졌고,
나는 계속해서 손을 뻗어갔다.
오늘 아침, 방 안 가득 햇살이 비췄을 때,
그가 오랜만에 내게 말을 건넸다.
“잘 자라 줘서 고마워.”
나는 기뻐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모래 침대 밖으로 나왔다.
그는 물속에 나를 담그고 씻겨준다.
구멍이 숭숭 뚫린 좁고 신기한 방으로 나를 옮겼을 때
갑자기 온 세상이 어지럽게 흔들린다.
처음엔 좀 무서웠는데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다.
TV에서 봤던 놀이기구를 탄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방에서 나왔을 때 물기는 사라지고 깔끔해졌다.
살아왔던 중에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모습이 되었다.
그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마주 봤을 때,
나는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것을 깨닫는다.
“너를 혼자 두지 않을게. 영원히 항상 너와 함께할게.”
나는 지금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기다리고 있다.
나의 꿈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