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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맹 Jul 03. 2024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여자는 꼬마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꼬마에게 못생기고 게을러터졌다는 말을 퍼부은 뒤 항상 하는 말이었다. 폭발할 것 같았던 여자의 감정이 사그라들었다는 일종의 신호이기도 했다. 꼬마는 누군가의 의도를 짐작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그저 안심했다. 비에 젖은 쓰레기 같은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꼬마는 자신의 둘레에 벽을 세우고 입을 닫았다.


"말 좀 해라!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내가 답답해서 미치겠다!"

여자는 소녀가 된 꼬마의 어깨를 붙잡고 앞뒤로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여자가 팔짝 뛰고 뒤로 쓰러져 신음 소리를 냈다. 꼬마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벽을 세우고 자신을 가두었을때 꼬마는 자신과도 차단되었다. 무슨 생각인지 무엇을 느끼는지 알지 못했다. 꼬마는 그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게 뭐예요? 좋아하는 걸 할 때 몸의 반응, 감각을 이야기해 주세요."누군가가 말했다. 중년이 된 꼬마는 식은땀이 났다. 좋아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몰라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시멘트처럼 굳어버린 감각을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내부의 세계를 꺼내어 세상과 연결시킬 언어가 없었다. 눈물만 났다.


꼬마는 여전히 내면화된 여자와 함께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맴돌면 여자가 일관되게 주의를 준다. 꼬마는 숨이 막히고 말문이 막힌다. 화가나서 팔짝 뛰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울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천천히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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