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대부분의 어른들이 모든 아이들에게 놀 틈을 내어 준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요즘의 어른들은 극심한 ‘눈치게임’에 빠져 있다. 내 아이를 실컷 놀게 해주고 싶어도 옆집에 아이가 놀지 않고, 동네 아이들이 놀지를 않으니 내 아이만 놀게 한들 그 아이가 함께 놀 아이도 없고, 그렇다고 내 아이 혼자만이라도 놀게 해주자니 내가 같이 놀아줄 여력도 안되고.
거기다가 이 놀이 바닥에 쎈 놈이 나타났다. 예전에 그 화려한 명맥을 이어 나갔던 숯한 골목놀이들을 잠재울 아주 아주 쎈 놈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컴퓨터. 최근에는 그 놈보다 더 쎄고 날쌘 놈. 스마트폰. 놀이 좀 한다는 나도 이 녀석들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이 녀석들은 우리 아이들의 많은 것을 달라지게 만들었다. 우선 굳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아도 되고, 눈 비 맞으며 날궂이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말고 싶을 때 말면 되는 환경들을 만들어 주었다.
그때 그 시절의 놀이판은 혼자 놀면 심심하기에 같이 노는 녀석들 때문에 배알이 꼴려도 참아야 했고, 지고 나면 이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녀석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전자 게임 중 질 것 같으면 전원을 꺼 버리거나 자꾸 지면 게임 종목을 바꿔 버리면 되니까). 이렇게 아이들의 놀이근육은 심약해져 갔고 가위바위보 한번 졌다고 세상이 무너져 내릴 듯 우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아직은 늦지 않았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맞짱 승부에서도 아직은 승리의 여지가 남아 있는 만큼 그 쎈 녀석들과 맞닥뜨려도 해볼 만한 여지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 가슴에는 아이들과 똑같은 심장이 꿈틀대고 있으며, 녀석들과 나는 어린 시절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 아직은 놀게만 해주면 미친 듯이 놀아대는 놀이의 야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사회가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넉넉한 놀틈을 내어주기 까지는 많은 난제가 있다. 나 혼자 설친다고 될 게 아니다. 그 쎈 녀석들(스마트폰 외) 때문에 놀이의 날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들을 함께 들썩이게 하고, 함께 하는 세상이 얼마나 가슴 뛰는 세상이고, 함께 하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녀석들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놓고 싶게 할 것이고 그 순간 만큼이라도 세상의 단내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물론 과유불급. 온달의 놀이는 녀석들을 꼬시는, 녀석들을 들썩이게 하는 도구로 쓰일 것이다. 녀석들이 발동 걸려 스스로 넘실대면 온달은 슬그머니 뒷걸음질 칠 것이다.
그러다 그런 녀석들에 치여 주변을 맴돌며 신음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또 달려들 것이다. 수줍음을 넘어 수치심에 떠는 그 아이들. 그런 녀석들을 만날라 치면 온달은 다시금 ‘놀이의 칼자루’를 거머지고 ‘놀이의 작두’를 탈 것이다. 그러기 위해 온달은 더욱 독해지고 영악해 질 것이다. 근디 그게 쉽지 않네 그려.
근디 그게 되것냐구? 증거를 봬 드릴까? 혹시 아이들이 한 여름에 풀뽑기를 놀이처럼 한다면 믿으시것슈? 미친 듯이 낄낄대며 한줌이라도 더 뽑을라고 난리 친다면 믿으시것슈? 못 믿것으면 요거 함 봐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