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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계포상 Nov 16. 2017

유리병 속에는 파도가 없다.

2017 바다미술제를 품다.


바다는 쏴아- 쏴아

파도쳐 노래하는데

너는 이곳에 남았다.


펄럭이는 돛, 단단한 선체

일렁이는 파도에 부딪쳐본 적도 없이

너만은 이곳에 남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부글거리는 파도거품

노쇠한 너의 눈물에 맞닿을 때

저 멀리 흰 부리 갈매기 두 마리

육각의 철골도, 유리병도 없는 하늘에서

빙- 빙 너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쩍쩍, 썩고 갈라지는 너

노니는 흰 부리 갈매기

갇혀버린 노쇠함과 가벼운 깃털

그 극명함.


평생 유리병 안에서 나고 죽은 너는

어떠한 일대기도 사연도 없이

덩그러니 태어나 덩그러니 죽었고

부글거리는 파도소리만이 너의 바다가 되었다.

갈매기가 물어온 한자락의 이야기만이 너의 바다가 되었다.     


퀴퀴한 마음 한 편에는 갈매기가 말해준 바다에 대한 불신

또 한 편에는 뜨거운 열망

가지지 못한 사랑.

나아가지 못하는 배는 파도가 들어찰 날만 기다렸네.     


하지만 너는 알지

큰 파도가 너를 쓸어가도

넌 유리병 속이라는 것을

작은 갈매기가 물어오는 돌 따위로는

깨지지 않을 유리병임을.     


이제는 죽어버린 배

단순한 나뭇더미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하네.

배는 바다와 맞닿아 배인가

아니면 그 형상에 의해 배인가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 배라는 믿음이, 그를 배로 만드는 것일까?     


이곳에 답은 없고

다만 썩은 나무 조각과 견고한 유리

울어대는 갈매기 두 마리와 나의 미련만이 남았네.


언제나 답은 없고, 미련만이 남았네.




원작자의 의견과 다소다른 주관적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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