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바다미술제를 품다.
바다는 쏴아- 쏴아
파도쳐 노래하는데
너는 이곳에 남았다.
펄럭이는 돛, 단단한 선체
일렁이는 파도에 부딪쳐본 적도 없이
너만은 이곳에 남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부글거리는 파도거품
노쇠한 너의 눈물에 맞닿을 때
저 멀리 흰 부리 갈매기 두 마리
육각의 철골도, 유리병도 없는 하늘에서
빙- 빙 너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쩍쩍, 썩고 갈라지는 너
노니는 흰 부리 갈매기
갇혀버린 노쇠함과 가벼운 깃털
그 극명함.
평생 유리병 안에서 나고 죽은 너는
어떠한 일대기도 사연도 없이
덩그러니 태어나 덩그러니 죽었고
부글거리는 파도소리만이 너의 바다가 되었다.
갈매기가 물어온 한자락의 이야기만이 너의 바다가 되었다.
퀴퀴한 마음 한 편에는 갈매기가 말해준 바다에 대한 불신
또 한 편에는 뜨거운 열망
가지지 못한 사랑.
나아가지 못하는 배는 파도가 들어찰 날만 기다렸네.
하지만 너는 알지
큰 파도가 너를 쓸어가도
넌 유리병 속이라는 것을
작은 갈매기가 물어오는 돌 따위로는
깨지지 않을 유리병임을.
이제는 죽어버린 배
단순한 나뭇더미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하네.
배는 바다와 맞닿아 배인가
아니면 그 형상에 의해 배인가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 배라는 믿음이, 그를 배로 만드는 것일까?
이곳에 답은 없고
다만 썩은 나무 조각과 견고한 유리
울어대는 갈매기 두 마리와 나의 미련만이 남았네.
언제나 답은 없고, 미련만이 남았네.
원작자의 의견과 다소다른 주관적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