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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실 Jul 10. 2022

내 마음이 시끄럽다고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기

엄마를 위한 그림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우리가 어떤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야.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믿음반’이라고 쓰인 벨을 누르니, 짧은 신호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나는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 나올 첫째 아이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현관 앞을 기웃거렸다.


“어머님, 제가 정말 면목이 없어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아이를 보니, 눈과 코 사이에 4cm가량 밴드가 붙여져 있었다. 한 달 전쯤, 아이는 같은 반 친구의 손톱에 눈 바로 밑을 찍혔었다. 그때 선생님은 엄마인 나보다 더 속상해하시며, 괜찮다고 말하는 나에게 연신 미안해하셨다. 나는 흉터가 남을까 봐 걱정해주시는 선생님이 감사해서 눈이 아니라서 다행이고 잘 아물 거라며 오히려 선생님을 위로했다. 아이들이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와 남편 모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흉터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날 조금 속상할 뿐이었다.


밴드가 붙여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이번에는 상처 부위가 더 넓어 보였다. 선생님께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셨다. 선생님은 이번에도 친구의 손톱이 너무 길었다며, 아이의 얼굴에 또 흉터가 남을까 봐 걱정하고 안타까워하셨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상처가 잘 아물도록 관리하면 된다고 말씀드리며 어린이집을 나섰다.


놀이터로 자리를 옮긴 뒤, 갑자기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다친 부위가 또 얼굴이고, 또 긴 손톱으로 인해 생긴 상처라니... 아이 얼굴에 길게 붙여진 밴드를 볼 때마다 내 얼굴이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동안 여러 감정이 나를 다녀갔다.



아이가 다친 게 속상한데, 왜 아이를 나무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까? 입을 열면, 마음에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조용히 운전만 하니 눈치 빠른 아이가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엄마 괜찮아, 우리 도서관 갈까?”

아이는 신난 목소리로 좋다고 했다. 도서관 2층에 우리 셋 뿐이었다. 책장을 훑어보다가 꼭 읽어보고 싶었던 그림책들을 발견했다. 꼬였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고,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도서관 품에서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저녁에 아이 얼굴에 붙어 있던 밴드가 떨어졌다. 나는 새 밴드를 붙여주며 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다쳐서 엄마가 속상해, 많이 아팠지?”

아이는 대답 대신 나에게 다가와 입술에 뽀뽀를 했다. 속상한 마음이 울룩불룩 튀어나와 괜히 누군가를 원망했었다. 그것도 모자라 괜한 말로 아이에게 상처를 줄까 봐 마음을 다잡았던 하루였다. 비뚤어진 마음을 거르고 진심을 꺼내니, 달콤한 뽀뽀를 선물 받았다. 그건 아이가 내 마음에 붙여준 밴드였다.


우리가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것은 내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법륜,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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