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실 Jul 10. 2022

처음부터 잘할 순 없으니까

엄마를 위한 그림책 '하늘을 날고 싶은 아기 새에게'

너의 모자람을 탓하는 대신,
언젠가 네가 잘하게 될 일을
떠올려 보렴.

알에서 갓 깨어난 아기 새의 성장과 꿈을 응원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00이는 잘 그리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 그리는 거야.”

얼마 전, 식탁에서 그림을 그리던 첫째 아이가 혼잣말을 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다가갔다.

“현규야,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지마. 사람마다 잘하는 것도 다르고, 잘하기까지 걸리는 속도도 다 달라. 다른 사람 말고 예전의 너랑 비교해 봐. 어제의 너보다 잘하면 그걸로 충분한 거야.

아이는 내가 한 말에 대해 두어 번 되묻더니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언젠가 첫째 아이에게 크게 화를 낸 날,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엉엉 운 적이 있다. 유난히 지치고 힘든 날, 아이의 작은 실수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게 미안해서 흘린 눈물이었다. 남편은 엄마도 사람이니까 당연히 화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나도 오은영 박사님처럼 아이들한테 화 안내고 싶단 말이야.”라고 말했었다.


오은영 박사님은 아이들에게 욱하지 말라고 하셨다. 스무 번 중에 열아홉 번은 친절한 엄마인데 한 번은 광분한다면, 차라리 그 열아홉 번을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 낫고, 그 한 번을 안하는 것이 낫다고 하셨다. 내가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하면, 남편은 오은영 박사님 같은 분은 딱 그 분 밖에 없다며, 그런 분과 비교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제는 오은영 박사님처럼 훌륭한 엄마가 되는 것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실수하고 미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날에도 ‘그래도 예전보다 훨씬 나은 엄마인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엄마이고 싶은 욕심도 내려놓았다.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처음보다 나아졌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나는 요즘도 가끔 화가 날 때가 있다.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화를 내기 전에 잠시 멈추고 나에게 묻는다. ‘화를 내서 얻는 게 뭐야?’ 얻는 게 없다. 화를 내면 화를 참지 못한 나로 인해 더 큰 화가 몰려오고, 남는 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어차피 잠시 후면 사그라들 분노의 감정 때문에 상황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 그래서 말을 최대한 아끼고, 감정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날이 있다. 그때는 자책 대신 사과를 한다. 내 불편한 마음을 덜어내기 위한 사과가 아니라, 성심성의껏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진심을 다해 사과하면 아이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한다. 내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니, 그런 모습 또한 좋은 엄마가 되는 과정처럼 느껴졌고, 화내는 일이 줄어들었다.


오늘 아침, 자기가 그린 그림을 가위로 오려내던 아이가 혼잣말을 했다.

“나 지금 어제의 나보다 잘하고 있어.”

그 순간 아이와 함께 나도 자랐다. 나는 어제보다 더 좋은 엄마다. 나는 오늘도 충분히 좋은 엄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완벽한 사람도 없다. ‘엄마’라는 자리도 같다. 완벽하려는 마음이 나를 더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로 끌어내린다. 아이와 많이 부딪혀보고, 미친 듯이 울어도 보고, 마음의 바닥까지 치고 올라오고 나서야 조금씩 안개가 걷혔다. 이런 나를 너무 자책하지 말자 다짐했다. 아이가 뒤집고, 기고, 서고, 걷듯이 나도 조금씩 엄마다운 엄마가 되어간다. 괜찮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강지해, '나는 힘이 들 때 그림책을 읽는다'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이 시끄럽다고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